포항은 확실한 색이 있다.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쇼트 패스 위주의 경기 플레이다.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 시절 구축했다. 지난 시즌 부임한 황선홍 감독 역시 쇼트 패스를 중심으로 한 포항의 색을 그대로 잘 유지했다. 초특급 선수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포항이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포항에게도 약점이 하나 있다. 바로 '선제 실점'이다. 상대팀에게 선제골만 내주면 고전한다. 지난해 11월 울산과의 K-리그 플레이오프(0대1 패), 올 시즌 K-리그 1라운드 울산전(0대1 패), 2라운드 광주전(1대1 무) 등 모두 선제골만 내주면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경기들이다.
플레이 패턴의 단조로움 탓이 크다. 짧고 빠른 패스는 상대가 정상적인 경기를 펼쳤을 때에 위력적이다. 패스를 통해 공간을 만들고 상대를 공략한다. 하지만 상대가 선제골을 넣으면 달라진다. 상대가 밀집수비에 나서면 공을 돌릴 곳이 많지 않다. 패스를 통해 수비수를 벗겨내도 다른 선수가 기다리고 있다. 슈팅을 하더라도 상대 선수의 발에 걸린다. 그러다 상대팀에게 역습을 허용하며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패스 위주의 플레이에 속도를 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황 감독이 바라는 속도가 뿌리내리지 못했다.
2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와의 2012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E조 2차전이 딱 그랬다. 포항은 특유의 쇼트 패스로 분위기를 잡았다. 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골을 넣지 못했다. 불안의 도화선이 됐다. 전반 27분 투라에프의 중거리슈팅에 골을 내주었다.
이후 분요드코르의 밀집수비를 뚫지 못했다. 포항의 패스는 번번이 걸렸다. 세 번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백약이 효과가 없었다. 노병준 등을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허사였다. 오히려 후반 32분 분요드코르의 역습 상황에서 무르조예프에게 추가골을 내주었다. 분요드코르에 0대2로 진 포항은 1승1패(승점3)를 기록했다.
한편, F조의 울산은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FC도쿄와의 경기에서 2대2로 비겼다. 전반 도쿄에 선제골을 내준 울산은 후반 36분 김승용의 골로 동점을 이루었다. 후반 43분 다시 골을 내주었지만 경기 종료 직전 마라냥의 극적인 골로 승점 1점을 챙겼다. 포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