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만난 KT와 KGC 양팀 감독은 유쾌한 신경전을 펼쳤다.
고참 전창진 KT 감독이 먼저 귀엽게(?) 읍소작전을 펼쳤다.
전 감독이 읍소작전을 펼치면서 들고 나온 것은 독특한 '오리론'이었다.
"지금 제가 겉으로 여유있게 보여서 그렇지 속으로는 웃어도 웃는 게 아닙니다."
전 감독은 자신의 처지를 물 위에 떠있는 오리와 같다고 비유했다. 물 위에서는 고고한 자태를 뽐내지만 물 밑에서는 살기 위해서 발을 버둥거리는 오리를 말한다.
전 감독은 "선수들이 기죽을까봐 말을 안해서 그렇지 1차전은 꼭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면서 "이번 2차전마저 패하면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일부러 여유있는 척 하며 2차전에서의 느낌이 좋다는 말로 포장할 수 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전 감독은 이어 '6강 초보론'까지 곁들여 짐짓 힘든 표정을 지었다. 전 감독은 챔피언결정전 최다 우승(3회)과 정규리그 최다 우승(4회)을 만들어낸 명장이다.
하지만 정규리그에서 주로 1, 2위를 차지한 까닭에 감독생활 11년 동안 6강 PO를 3차례 밖에 경험하지 못했다. 이런 경험부족(?)으로 인해 전자랜드와의 6강전이 무척 힘들었다는 것이다.
결국 전 감독은 "KGC가 1차전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간신히 이겼으니 2차전에서 무섭게 달려들 게 뻔하다"면서 "이상범 감독이 PO가 처음인데도 지휘를 참 잘한다. 살살 해줬으면 좋겠다"고 '읍소작전'의 본색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이상범 KGC 감독은 또다른 '초보론'으로 "살살 해달라"는 전 감독의 읍소를 재치있게 거절했다.
"플레이오프 최다승과 최소승 감독의 대결이다." 전 감독은 6강 PO에서 역대 사령탑 PO 최다승 기록(37승)을 세웠다. 반면 이 감독은 사령탑 부임 이후 지난 4강 1차전에서 1승을 챙겼다.
플레이오프 전문가인 최고의 명장 앞에서 어떻게 PO 초보 감독이 봐주는 경기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1차전에서 이겼다고 결코 대충 넘어갈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이 감독은 선배 전 감독의 '읍소'를 거절했지만 전 감독을 한껏 추켜세웠다. "전 감독은 '수'가 정말 많은 명장이다. 경기 도중이나 경기가 끝난 뒤 비디오를 보면서 '저런 작전을 쓸 수도 있구나'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라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이 감독은 "전 감독 뿐만 아니라 유재학 모비스 감독도 마찬가지다. 그런 훌륭한 선배들과 경기를 하면 한 수 배운다는 심정으로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두 감독의 우애넘치는 신경전으로 인해 플레이오프 축제 분위기는 한층 고조된 듯 했다. 안양=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