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의 세터 염혜선(21)은 배구집안에서 태어났다. 친할머니부터 부친 염정렬씨와 모친 소금자씨까지 배구선수로 활동했다. 그러나 모두 프로무대는 밟지 못했다. 염혜선은 "배구를 하셨던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선수로 성공한 분들이 없어 부모님께서 권유하셨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젠 집안에서 가장 성공한 배구선수가 됐단다. 2008년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고 부모님이 바라던 프로선수가 됐기 때문이다.
내면에는 아픔이 있었다. 항상 2인자였다. 목포영화중 시절 세터가 두 명있었는데 주전 세터로 기용되지 못했다. 친구에게 밀렸다. 어린 나이에 배구를 그만두겠다고 짜증을 냈다. "방황을 많이 했다. 당시 어머니 속을 많이 썩였다. 부모님께서 참아보라고 해서 겨우 참았다."
참고 견디니 고마운 분이 나타났다. 정 진 목포여상 감독이었다. 장 감독은 아주 혹독한 훈련으로 염혜선을 명품 세터로 키웠다. 염혜선은 "감독님께서 안경을 쓰셨는데 혹독한 훈련이 있는 날에는 렌즈로 바꾸신다. 감독님이 훈련장에 들어오시기 전 샤워실로 향하면 선수들은 모두 강도높은 훈련을 각오했다"며 재미난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염혜선은 팀에서 '근성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프로에서도 인내의 시간이 필요했다. 2008~2009시즌과 2009~2010시즌까지 한수지의 백업세터에 불과했다. 염혜선은 "팀 동료들이 나를 보고 대단하다고 한다. 잘 참고 여기까지 온 것이 신기할 정도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올시즌 잔부상에 시달렸지만 참고 뛰어야 했다. 특히 지난 10일 흥국생명전에서 동료와의 충돌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퉁퉁 부었지만 풀세트를 소화하는 근성을 보여줬다. 염혜선은 "지면 안될 것 같고 더 이기고 싶었다. 눈 밑에 멍든 것을 저녁을 먹을 때 알아차렸다"며 웃었다.
염혜선은 꿈 많은 스물 한 살 소녀다. 1999~2004년 슈퍼리그 5연패를 달성했던 실업배구 시절 세터 강혜미-센터 장소연(현 인삼공사) 콤비를 양효진과 재현하고 싶다고 했다. 대학 교수도 되고 싶어한다. 또 외국어를 잘해 용병과 편안한 대화를 나누고 싶은 바람이 있다. 이를 발판삼아 해외진출도 해보고 싶단다. 가장 빨리 이룰 수 있는 꿈은 오는 7월 열릴 런던올림픽에서 뛰는 것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