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이다. 시즌 전 최약체 중 하나로 꼽히던 모비스가 정규리그 1위 최강 동부를 잡았다.
17일 원주에서 열린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5대60으로 승리했다.
물론 모비스는 예전의 모비스가 아니다. 함지훈이 가세했고, 6강 플레이오프에서 KCC를 3전전승으로 눌렀다. 분위기나 팀 조직력이 최상의 상태까지 올라왔다.
그래도 동부에게는 역부족일 거라는 예상이 '대세'였다. 동부 강동희 감독 역시 "전태풍이 빠진 KCC를 3전 전승으로 눌렀기 때문에 모비스의 전력이 과대포장된 것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1차전은 모비스가 잡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힘대결에서 이겼다는 점이다. 어떤 요인이 이변을 가능케 했을까.
▶6강과는 180도 다른 전술
6강전에서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유마에' 같았다.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걸출한 지휘자처럼 빈틈없는 경기운영으로 KCC를 눌렀다. 시종일관 철저한 계산으로 KCC를 압박했다.
하지만 4강전에서는 선수들을 믿었다. 함지훈과 테렌스 레더에게 철저한 1대1 골밑대결을 지시했다. 두 선수의 공격능력을 믿었다.
동부 김주성과 로드 벤슨은 뛰어난 높이와 스피드를 지녔다. 수많은 장점 속에서 미세한 약점은 파워다. 함지훈과 레더가 그런 약점을 제대로 공략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실제 성공했다.
수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KCC전에서는 경기내내 더블팀을 들어갔다. 하지만 동부와의 1차전에서는 외곽을 봉쇄했다.
윤호영의 골밑돌파에만 도움수비를 줬다. 동부는 공격력이 강한 팀이 아니다. 우월한 높이를 바탕으로 외곽슛이 터질 때 가장 강한 공격력을 발휘한다. 유 감독은 동부의 외곽을 봉쇄하는 것이 동부의 공격력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실 골밑의 두 선수를 믿는 것도 유 감독 전략의 일부분이다. 빈틈없는 수비력을 지닌 동부를 상대로 KCC전 처럼 외곽을 공략한다는 것은 자멸에 가까웠다.
결국 큰 틀에서 보면 동부의 미세한 약점을 공략한 유 감독의 섬세하면서도 탁월한 전술이 이변을 일으킨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동부의 떨어진 감각
그러나 감독의 전술만으로 넘기에는 동부의 벽은 높다.
게다가 강 감독은 만만한 사령탑이 아니다. 강 감독은 "모든 수를 예상하고 준비했다"고 했다. 최근 2년동안 보여준 강 감독의 전술능력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 유 감독의 패턴지시에 대해 강 감독은 기민하게 대처했다.
문제는 선수들의 상태였다. 동부선수들은 몸이 늦게 풀리는 경향이 있다. 실제 전반전 동부는 모비스의 숨통을 끊을 찬스가 있었다. 12점차로 앞서 있는 상황에서 모비스가 어이없는 실책을 했다. 그러나 동부 역시 계속적인 실책으로 승부를 완벽히 끝내지 못했다.
역전을 당하자 동부는 초조했다. 하지만 정규리그에서 절정의 감을 보이던 이광재가 너무 부진했다. 외곽에 오픈 찬스가 났지만, 외곽의 슈터들의 득점력은 제로였다.
4강에 직행한 동부는 너무 많이 쉬었다. 10일 넘게 휴식을 취했다. 결국 강 감독의 전략,전술을 선수들이 100% 활용하지 못했다. 이런 부작용이 모비스의 상승세와 맞물렸다.
하지만 동부로서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1차전 패배가 보약이 될 가능성도 있다. 여전히 객관적인 전력은 동부가 앞선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