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플레이오프 6강전은 의미있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의 재발견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2000년 은퇴한 그는 2001년부터 4년간 KCC 코치, 2005년부터 2년간 LG 코치를 지냈다. 코치 시절 새벽부터 선수들을 운동시키며, 세세한 슛폼과 게임리드를 지도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준비된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결국 2007년 KT&G 감독으로 영입된 그는 KT&G를 4강에 올려놓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9년 11월 전자랜드의 지휘봉을 잡은 그의 지도력은 일취월장하고 있다.
지난 시즌 서장훈과 문태종을 적절히 융화시키며 정규리그 2위에 올려놓은 그는 올 시즌 굴곡이 많았다.
시즌 초반 전자랜드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희박한 약체였다. 서장훈이 빠져나갔고, 주전 대부분이 노쇠화됐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 감독은 준비를 착실히 했다. 삼성에서 영입한 강 혁과 기존의 신기성은 개성이 강한 베테랑. 하지만 적절한 역할부여로 그들의 경기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결국 전자랜드는 안정적으로 6강에 안착했다.
시즌 막판 '6위 논란'도 있었다. 용병 허버트 힐과 문태종을 빼며 경기를 펼쳤다. 3위 KT가 4위 KCC보다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네티즌들의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유 감독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모비스가 함지훈의 가세로 손발을 맞출 무대를 실전으로 선택했다면, 전자랜드는 시즌 막판 체력적으로 지친 힐과 문태종을 쉬게 해 줄 필요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KCC보다 KT가 승산이 있는 부분도 고려됐다. 플레이오프를 대비하기 위한 당연한 수순이었다. 남은 선수들을 가지고 최대치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지난달 19일 오리온스전과 23일 삼성전에서 2연승을 거두기도 했다. 당시 삼성과 오리온스는 베스트 라인업으로 경기를 치렀다. 전자랜드는 국내 선수들만으로 환상적인 팀워크를 보여줬다.
때문에 전자랜드가 시즌 막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6강에서도 그의 지도력은 빛났다. 4차전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주태수 카드를 과감히 빼들었다. 힘에서 밀리던 전자랜드는 절묘한 변형전술로 4차전을 잡았고, 5차전까지 경기를 끌고 갔다.
5차전에서도 18점차까지 뒤진 전자랜드는 반격을 시도, 끝내 역전에 성공했다. 연장 1차전에서 KT의 숨통을 끊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승리의 여신은 KT에 미소를 지었다.
사실 전자랜드 지휘봉은 까다롭다. 개성강한 선수들이 많고, 체력적인 변수가 얽히고 설켜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풀지 못하면 삼성이나 LG와 같이 추락할 여지가 많은 팀이었다. 하지만 유 감독은 조용하지만 강한 카리스마로 전자랜드를 거칠면서 탄탄한 경기를 펼치는 팀으로 변모시켰다.
다음 시즌 그의 지도력이 더욱 기대된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