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전 무기력했던 그 팀이 맞나 싶다. 감독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첼시는 예전의 강력함을 되찾았다.
첼시는 5일(이하 한국시각) 성적 부진을 이유로 안드레 비야스-보아스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포르투에서 리그, FA컵, 유로파리그를 들어올리며 '제2의 무리뉴'라고 불린 그지만, 첼시에서의 생활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첼시는 비야스-보아스 감독을 영입하기 위해 연봉 500만 파운드와 중도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 1500만 유로(230억원)를 지불했다. 그러나 불과 8개월만에 실험은 막을 내렸다. 노장 선수들은 비야스-보아스 감독과 충돌했고, 새로운 전술은 첼시와 어울리지 않았다. 리그 순위는 유럽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지 못하는 5위까지 떨어졌고,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도 8강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도무지 답이 없을 것 같은 첼시였다.
그러나 감독 교체 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로베르토 디 마테오 감독대행은 비야스-보아스 감독이 진행했던 실험을 멈추고 첼시의 선수들에게 가장 익숙한 무리뉴식 4-3-3 으로 돌아갔다. 비야스-보아스 감독은 공격력 극대화를 위해 수비라인을 끌어올리는 전술을 선보였다. 그 결과 스피드가 뛰어나지 않은 중앙 수비진들의 뒷공간이 자주 뚫렸고, 아기자기한 패싱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미드필드진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익숙한 전술로 돌아오자 존 테리, 프랭크 램파드, 디디에 드로그바, 존 오비 미켈 등이 다시 물만난 고기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을 존중하는 감독 밑에서 다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달라진 첼시는 15일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기적의 드라마를 만들었다. 1차전에서 1대3으로 패해 16강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았던 첼시는 연장접전 끝에 나폴리를 4대1로 제압하며 극적인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노장 삼총사 테리, 램파드, 드로그바는 릴레이골을 터뜨리며 다시 한번 첼시의 주역임을 확인했다. 이날 경기에서 첼시는 젊은 나폴리를 상대로 노련하고 용맹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첼시가 돌아왔음을 전 유럽에 알렸다.
이처럼 축구에서는 감독이 차지하는 역할이 크다. 같은 자원으로도 전술적 배치와 동기부여만으로 달라진 팀을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는 이미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감독의 능력으로 팀이 얼마만큼 달라질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한 바 있다. 디 마테오 감독대행은 비야스-보아스 감독보다 전술적 역량이 떨어질지 모르지만, 정확한 상황판단과 선수단 장악능력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 성공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