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은 시즌도 개막하기 전에 '신공(신나게 공격)'으로 이름을 떨쳤다. 설연휴 홍콩 아시안챌린지컵 2경기에서 10골을 쏘아올리며 우승컵을 안았다. 올시즌 요반치치 윤빛가람 한상운 김성준 황재원 등을 잇달아 영입하며 80억원을 쏟아부었다. 그랜드슬램(K-리그, 아시아챔피언스리그, FA컵, 피스컵 우승)을 부르짖었다. 막강한 화력을 둘러싸고 뚜껑도 열기 전부터 입소문이 퍼져나갔다.
성남은 3일 전북과의 공식 개막전에서 2대3 '펠레스코어'로 패했다. 에벨톤이 2골을 터뜨렸다. 7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나고야 원정에서 에벨찡요의 종료 2초전 오버헤드킥 골에 힘입어 2대2로 비겼다. 11일 상주상무와의 홈 개막전에서 의외로 고전했다. 승리를 기대한 경기에서 종료 직전 요반치치의 극적인 동점골로 1대1로 간신히 비겼다. '기사회생'했지만 승수를 쌓는 데 실패했다.
'신공'의 시즌 첫승이 의외로 늦어지고 있다. 16일 오후 7시, 울산문수경기장에서 벌어지는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3라운드에서다. 프로는 결과로 말한다. 분위기는 여전히 좋지만 부담감이 없을 수 없다. 상주전 무승부 직후 신태용 성남 감독은 라커룸에서 선수단에게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했다. "나는 경기 후 고개 숙이고 앉아 있는 게 제일 보기 싫다. 지든 이기든 90분이 끝난 후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지더라도 후회없는 경기를 했다면 웃을 수 있다. 그런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선수들 스스로 자체 미팅을 통해 전열을 재정비했다.
'K-리그 특급 이적생' 한상운과 윤빛가람의 부활이 관건이다. '용병 킬러'들은 돌아가며 골맛을 봤다. 제몫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상주전 요반치치의 골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답하다 말고 신 감독은 "그러고 보니 용병만 골을 다 넣네"라고 한마디 했다.
'신공 F4' 에벨톤-에벨찡요- 요반치치가 득점포를 잇달아 가동한 가운데 한상운의 왼발이 침묵했다. 한상운은 지난 2월 A대표팀 쿠웨이트전에 소집돼 선발로 나섰다. 하지만 소속팀 복귀 이후 주춤했다. 한상운은 부산아이파크에서 뛰던 지난 시즌 9골7도움을 올렸다. 3월13일 상주전에서 첫골을 터뜨렸고 한달후인 4월16일부터 4경기 연속 골을 쏘아올리며 '한페르시'로 급부상했다. K-리그 마지막골은 지난 8월27일 전북전이었다.
신 감독은 11일 홈 개막전을 앞두고 "한상운이 K-리그에서 사고 한번 쳐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따로 불러서 나도 걱정 안하니 너도 걱정하지 마라'라고 얘기해줬다"고 했다. 이날 무거운 움직임을 보인 한상운을 후반 21분까지 빼지 않았다. "추운 날씨에 몸이 무거울 수 있지만 선수는 10분 더 뛰게 했을 때 기분이라는 것이 있다. 상운이의 왼발 한방을 믿고 있다"며 확고한 신뢰를 표했다.
'중원사령관' 윤빛가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올림픽대표팀 일정으로 인해 이적 후 1~2월 동계훈련에 제대로 참가하지 못했다. 신 감독은 그럼에도 윤빛가람을 개막전과 홈개막전에 2경기 연속 선발로 올렸다. "팀의 중심으로서 빨리 녹아들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2연승을 달리는 울산 '철퇴축구'와의 원정 맞대결이 만만치 않지만 첫승 신고는 하루라도 빠를수록 좋다. 부담을 털어내면 자신의 플레이를 할 여유가 생긴다. 한상운, 윤빛가람 등 특급 이적생들의 활약에 눈길이 쏠린다. '신공'의 첫승을 보여줄 때가 됐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