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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랜-KT 5차전 핵심 키워드 '양날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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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왔다. 6강 플레이오프 4차전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한 KT와 전자랜드.

5차전(16일 부산)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다. 한마디로 건곤일척이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있다. 양 팀이 품고 있는 '양날의 검'이다. "서로가 모든 전력에 대해 속속 알고 있다"고 말한 KT 전창진 감독의 말.

맞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큰 변수는 남아있다. '양날의 검'이다. 두 팀의 운명을 결정지을 단어다.

▶지옥과 천당 - 찰스 로드

KT의 핵심은 찰스 로드다. KT는 높이가 뛰어나지 않은 팀. 운동능력만큼은 올 시즌 용병들 중 최고인 로드는 뛰어난 골밑장악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높지 않다. 게다가 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확실히 떨어진다. 경기에 대한 맥을 제대로 짚지 못한다. 일례로 3차전 완승을 거둔 KT는 전자랜드의 변형전술에 대해 준비를 했다. 로드를 어떤 식으로든 압박할 것이라고 생각한 전 감독은 4차전이 열리는 아침운동까지 "상대가 압박을 하면 즉시 패스아웃을 하라"고 했다.

하지만 4차전에서 로드는 경기 초반 무리한 골밑돌파와 한 템포 늦은 패스아웃으로 팀 공격력을 저하시켰다. 그 틈을 이용해 전자랜드는 초반 기선을 잡았고, 결국 완승을 거뒀다.

전 감독은 "3차전에서 로드가 너무 잘해줬다면, 4차전은 너무 못했다. 기복이 매우 심한 용병"이라고 했다.

5차전도 로드의 집중력에 달렸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모든 전술을 다 쏟아부을 것"이라고 했다. 어떤 형태로든 로드에 대한 프레스를 가하겠다는 의미.

즉 로드가 5차전에서 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면 전자랜드는 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집중력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팀에 미치는 악영향은 어마어마하다.

한편으로 너무나 든든한, 한편으로 너무나 위험한 KT의 '양날의 칼' 찰스 로드다.

▶도박같은 전자랜드의 변형전술

첫번째 도박은 성공했다. 4차전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의 과감한 전술은 인상적이었다. 한번만 패하면 그대로 짐을 싸야하는 유 감독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

철저하게 준비했고, 결국 통했다.

전자랜드는 4차전에서 '빅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가드 한 명에 장신 포워드 3명, 그리고 센터 허버트 힐이 함께 코트에 들어서는 상황이었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미스매치(높이나 스피드의 차이로 정상적인 1대1 매치로 막기 힘든 매치업)가 유발된다. 전자랜드도 그렇고, KT도 그렇다. 더욱 철저하게 준비한 전자랜드가 더 유리했다.

1쿼터 주태수가 골밑에서 1대1 공격을 주로 했다. 2쿼터에는 함누리가 역시 그랬다. 수비 역시 달랐다. 주태수가 로드를 맡았다. 대신 골밑이 뚫리면 반대편에 있는 힐이 도움수비를 주는 형태였다.

3차전을 통해 정상적인 힘대결에서 열세를 느낄 수 없는 전자랜드의 상황, 그리고 상대 용병 로드의 농구센스가 그리 뛰어난 선수가 아니라는 KT의 약점을 노린 절묘한 용병술이었다.

하지만 위험성도 많다. 플레이오프에서 신인이나 검증되지 않은 공격루트를 사용하는 것은 자멸할 가능성이 높다.

이유가 있다. 상대가 집중력이 뛰어난 수비를 펼치는 만큼, 경험이 적은 선수들을 주 공격루트로 사용하는 것은 실책의 가능성도 그만큼 많아진다는 의미. 이런 실책은 플레이오프에서 승부를 단숨에 바꾸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다른 돌파구가 없었던 유 감독은 과감한 용병술을 펼쳤고, 4차전에서 완승(84대57)을 거뒀다. 그러나 5차전에서도 이런 전술이 통할 지는 의문이다.

KT 역시 더욱 철저히 준비할 것이다. 주태수나 함누리가 4차전과 같은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도 사실. 그러나 모든 패턴이 드러난 전자랜드로서는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5차전은 어쩔 수 없는 '양날의 검' 대전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