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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멋진 남편-아빠가 되기 위한 박종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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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롯데 박종윤을 처음 만난 곳은 2011 시즌을 앞두고 전지훈련이 한창이던 사이판이었다. 하루종일 훈련을 마친 후 선수들이 휴식을 취하던 밤, 해변가에 배트 한자루를 들고 걸어가는 키가 큰 사내를 발견했다. 박종윤이었다. 조용히 지켜봤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백사장에서 끊임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조심스럽게 "왜 이렇게 열심히 하는가"라고 묻자 "언제 나에게 기회가 올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짧은 답이 돌아왔다. 준비하는 자에게 복이 온다고 했던가. 그에게도 드디어 기회가 왔다.

▶박종윤에게 '롯데 주전' 타이틀이란…

82년생인 박종윤은 포철공고를 졸업한 2001년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타격, 수비 모두에서 잠재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일까. 경남고를 졸업하고 투수로 입단한 동기 이대호가 곧바로 야수로 전업, 롯데를 대표하는 거포로 성장하며 박종윤은 설 자리를 잃게 됐다.

2009년까지 1군에서 출전한 경기수가 고작 86경기. 그런 그에게 2010년 일생일대의 기회가 왔다. 공격력 강화를 천명한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이대호를 3루로 보내며 박종윤을 주전 1루수로 출전시켰다. 110경기에 출전해 타율은 2할5푼7리에 그쳤지만 8홈런 51타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올스타에도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2011 시즌을 앞두고 신임 양승호 감독이 부임했고 양 감독은 이대호를 다시 1루로 복귀시켰다.

그렇게 11년을 보냈다. 그리고 일생일대의 기회가 왔다. 양 감독은 "올시즌 주전 1루수는 박종윤"이라며 큰 믿음을 드러내고 있다. 박종윤에게 '롯데 주전'이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이 자리에 오르기 위해 정말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이번에 잡은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고 담담히 말했다.

박종윤은 "결국 좋은 성적으로 구단과 팬들께 보답해야 진정한 주전이다. 기대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 그만큼 전지훈련에서 많은 훈련을 소화해냈다"며 "2010년 풀타임으로 뛰었던 경험이 지난해 나를 괴롭혔지만 지금에 와서는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긴 시즌을 어떻게 풀어가야하는지에 대한 답을 줬기 때문"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더 멋진 남편, 아빠가 되기 위해…

박종윤은 2008년 12월 초등학교 동창 주미경씨와 일찌감치 결혼했다. 2005년 동창회에서 만나 한눈에 반한 박종윤이 적극적으로 구애에 나서 커플로 맺어졌다. 두 사람 사이에는 5살 난 딸 서현이가 있다. 서현이가 태어난지 11개월이 지난 후에야 두 사람은 웨딩마치를 올리게 된 것이다. 박종윤은 "동갑내기 친구에서 결혼까지 골인해 항상 친구처럼 알콩달콩 지낸다.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잘 챙겨준다"며 아내 자랑에 열을 올렸다.

박종윤에게 올시즌이 중요한 진짜 이유는 바로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이다. 박종윤은 아내 주씨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데뷔 후 줄곧 2군에만 머무르던 남편에게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않고 묵묵히 내조에 힘써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내 주씨는 "다른 선수들 와이프처럼 내조를 잘 해주지 못해 남편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게 아닌가 하는 마음에 힘들었다"며 오히려 미안해했다. 이어 "다른건 바라지 않고 다치지 않고 운동했으면 좋겠다. 뒤늦게 주어진 기회에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부담 없이 야구를 즐겼으면 한다"는 따듯한 격려를 남편에게 전했다. 이에 박종윤은 "올해 꼭 좋은 성적을 거둬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며 이를 꽉 깨물었다.

자신을 똑 닮은 서현이의 존재도 큰 동기부여가 된다. 5살이 된 서현이는 이제 아빠가 롯데에서 뛰는 야구선수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박종윤은 "TV에 나오는 아빠의 모습을 자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친구들에게 "우리 아빠가 박종윤이야"라고 당당히 자랑할 수 있게 말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