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의 '벼랑 끝 전술'이 통했다.
14일 전자랜드와 KT의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가 열리는 인천 삼산월드체육관.
경기 전 KT 전창진 감독은 "아마 전자랜드가 많이 변형된 전술을 들고 나올 것이다. 승부의 가장 큰 변수"라고 했다.
실제 그랬다. 전자랜드는 공수에서 많은 변화를 줬다. 식스맨이던 센터 주태수를 스타팅 멤버로 기용하며 공수의 핵심역할을 맡겼다.
수비에서는 KT 용병 찰스 로드의 수비를 맡겼다. 주태수가 거친 몸싸움을 하고, 로드가 골밑을 치고 들어올 때 골밑 반대쪽에 있던 용병 허버트 힐이 도움수비를 오는 전술이었다. 공격에서는 주태수에게 적극적인 골밑 1대1 공격을 지시했다. 수비 매치업 상 주태수에게 미스매치(키나 스피드의 차이로 1대1 수비로 막기 힘든 매치업)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3차전에서 약점을 보인 허버트 힐과 문태종의 체력을 아끼는 것과 동시에 KT의 탄탄한 수비에 균열을 일으키기 위한 변형전술. 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KT에게 쉽게 주도권을 내줄 수 있는 극단적인 전술이었다.
그러나 실전에서 통했다. 주태수는 1쿼터에만 6득점을 올렸다. KT는 당황했고, 1쿼터 전자랜드는 손쉽게 21-14, 리드를 잡을 수 있었다. 2쿼터에서는 수비에서 효과를 봤다. 주태수의 거친 몸싸움에 쉽게 골밑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조성민이나 조동현을 이용한 2대2 공격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KT의 공격루트는 단순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 틈을 이용해 전자랜드는 신기성, 힐, 문태종이 무차별 폭격을 퍼부었다.
KT에게 애매한 판정도 겹쳤다. 힐이 로드의 얼굴을 밀치고 골밑을 돌파, 바스켓카운트를 얻었다. KT 전창진 감독은 강력히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조성민이 공격리바운드를 잡으려다 반칙을 지적받고, 자유투 2개를 헌납했다. 그러자 KT는 주전 5명을 교체하기도 했다. 승부처에서 심판의 좀 더 정확한 판정이 아쉬운 부분.
결국 2쿼터 50초를 남기고 41-24, 17점 차까지 전자랜드가 리드했다.
후반, KT는 전열을 정비하는 듯 했다. 로드와 양우섭이 연속득점에 성공했다. 31-43, 12점 차로 추격했다. 하지만 문태종이 결정적인 3점포를 꽂아넣었다. 힐의 골밑슛까지 터졌다.
기세가 완전히 꺾인 KT는 더 이상 추격할 힘을 내지 못했다.
전자랜드가 허버트 힐(30득점, 16리바운드)과 문태종(18득점, 11리바운드)를 앞세워 KT를 84대57로 완파했다. 변형전술의 주역인 주태수는 5반칙 퇴장했지만, 9득점, 6리바운드로 힘을 보탰다.
두 팀의 6강 승부는 2승2패로 원점을 이뤘다. 4강 진출의 티켓을 가릴 5차전은 16일 부산으로 자리를 옮겨 열린다.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