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적응하기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예의범절'이다. 특히 웃어른에게 물건을 주거나 받을 때 두 손을 사용하는 '두 손 예절'은 쉽게 잊어버린다. '두 손 예절'을 어려워하는 외국인들에게 모범 사례가 하나 나왔다. 브라질 출신 대구 미드필더 지넬손이다.
이야기는 이렇다. 지넬손은 13일 김재하 사장 모아시르 감독 황일수 이진호 레안드리뉴 등과 함께 대구 동도중학교를 찾았다. 대구교육청과 함께하는 지역사회 공헌활동의 일환으로 배식 봉사활동에 나섰다. 분위기 메이커는 지넬손이었다. 지넬손과 레안드리뉴는 배식을 해주면서 한국말로 "많이 먹어"라는 말도 아끼지 않았다. 동도중 학생들은 외국인 선수의 한국말에 깜짝 놀라면서도 까르르 웃으며 즐거워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무르익던 행사 중반 지넬손은 두 손으로 배식을 하기 시작했다. 지켜보던 대구 관계자들은 흐뭇했다. 대구 관계자들은 2월 중순 선수단이 전지훈련을 마치고 한국에 도착하자 외국인 선수들에게 '두 손 예절'부터 가르쳤다. 지난 시즌부터 대구에서 생활한 마테우스는 잘 알고 있었지만 지넬손과 레안드리뉴는 종종 '두 손 예절'을 깜빡하곤 했다. 그 때마다 '두 손'이라고 말하며 기억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두 손 예절' 교육은 확실했다. 2월 20일 선수단이 구단주인 김범일 대구시장을 만났을 때도 세 명의 브라질 선수들은 두 손으로 깍듯이 악수했다. 13일 배식 행사에서 보여준 지넬손의 '두 손 배식'에 대구 관계자들은 예절 교육이 제대로 먹혀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대구 관계자의 생각과 살짝 달랐다. 대구 관계자와 눈이 마주친 지넬손은 "아파! 아파!"를 연발했다. 평생 배식일을 해본 적이 없는 지넬손은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두 손'으로 국자를 받치고 있었다. 힘들었서 '두 손'으로 국자를 떠받친 것이었다. 대구 관계자는 지넬손 뒤로 '두 손'을 외쳤다. 그제서야 지넬손은 '아하. OK'라고 하더니 웃음 띈 얼굴로 두 손으로 계속 배식했다. 물론 중간중간 팔 스트레칭은 잊지 않았다.
지넬손이 타의반 자의반으로 펼친 두 손 예절의 효과는 확실했다. 선수들이 배식을 끝내고 잠시 휴식을 취하자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단연 최고의 인기는 지넬손이었다. 공책, 체육복, 교복, 심지어 손등이나 배에 사인을 받는 학생들도 있었다. 지넬손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학생들과 함께 불고기와 김치가 올려준 점심을 뚝닥뚝닥 해치웠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