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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 머리는 비우고 가슴은 뜨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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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비우고 내 자리에서 최선 다하면 풀리지 않겠는가."

허정무 인천 감독의 얼굴은 말이 아니었다. 계속된 악재에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허 감독은 올시즌을 앞두고 설기현 김남일 등 2002년 한-일월드컵 스타들을 영입하고 의욕적으로 훈련을 진행했지만, 안팎의 잡음으로 뜻을 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희망의 끈은 놓지 않았다.

인천 선수단과 직원을 괴롭히던 임금체불사태는 마무리됐지만, 지역 축구인과 언론을 중심으로 '허정무 흔들기'는 계속되고 있다. 힘이 돼줘야 할 서포터도 유니폼 색상 변경 문제와 저조한 성적으로 허 감독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괴로움에 불면의 밤이 이어지던 중, 허 감독의 마음을 치는 문자 한통이 도착했다.

'사즉생(死卽生·죽고자 하면 반드시 산다 는 뜻).' 허 감독은 무릎을 쳤다. 그는 "지인이 보내온 문자 메시지의 마지막에 '사즉생' 문구가 있었는데 참 와 닿았다"며 "지금까지 축구 인생을 돌이켜보면 참 많은 고비가 있었다. 그때마다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잘 넘겨 왔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을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선수들에게도 다시 시작하자고 말했다. '못넘을게 어디있나. 이제 두 경기 밖에 하지 않았으니까 분명 반전의 계기가 있을 것이다'고 했더니 다들 고개를 끄덕이더라"고 했다.

허 감독은 정면돌파하기로 했다. 주변 잡음에 흔들리지 않고 선수단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무엇보다 남탓보다는 자기부터 돌아보기로 했다. 허 감독은 11일 수원과의 인천축구전용경기장 개장경기 0대2 완패 후에도 "선수들은 잘 해줬는데, 감독이 덕이 없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자기 반성을 했다. '허정무 저격수'로 나선 '인천축구를 사랑하는 시민들의 모임(인축사)'의 오인복 회장과 전화통화로 공생의 길을 얘기하기도 했다.

허 감독의 달라진 마음가짐으로 시즌 초반 흔들리던 인천에게도 반전의 계기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머리는 비우고, 가슴은 뜨겁게 무장한 허 감독의 시즌은 이제부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