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연극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신시컴퍼니 박명성대표)
"연극의 사회적 사명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배우 박지일)
학원폭력 문제를 다룬 신시컴퍼니의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제작발표회가 12일 낮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일본 작가 하타사와 세이고의 원작을 우리 실정에 맞게 번안한 '니 부모…'는 이지메(집단따돌림)를 통해 본 현대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이지메로 한 학생이 죽고,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4명의 부모들이 모인다. 이들은 밖에서는 각각 훌륭한 사회인이지만 '가해학생의 부모'라는 한 그룹으로 모이자 무서운 집단 이기주의를 발휘한다. '우리 아이가 그럴 리 없다'며 진실을 외면하고, 유일한 증거인 피해자의 편지마저 불태워버린다. 학원폭력 문제가 거의 매일 뉴스를 도배하는 요즘, 가슴에 와닿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내가 만약 저 입장이라면 어떻게 할까?'를 진지하게 고민하게끔 한다.
박명성 대표는 "요즘 우리 현실과 너무 똑같아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며 "학원폭력이 없어지는 날까지 장기공연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광보 연출도 "대본을 처음 읽고 박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빨리 하면 할수록 좋은 작품'이라고 했다"며 "대단한 반향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손숙을 비롯해 박용수 이대연 박지일 길해연 서이숙 장영남 서은경 등 일급 배우들이 몽땅 모였다. 모두들 작품의 취지에 공감해 흔쾌히 출연결정을 내렸다. 손숙은 "학부모와 청소년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학교강당을 돌며 투어 공연을 할 필요가 있다"며 "이것이야 말로 연극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회에 참석한 원작자 하타사와 세이고는 "이지메란 단어가 한국에 널리 쓰여 놀랐다"며 "이 작품을 통해 한국에서도 학원폭력 문제가 조금이라도 줄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희화화된 설정을 적절히 가미해 연극적 재미와 묵직한 주제의식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는다. 오는 5월18일부터 7월22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스페이스신도림에서 공연된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