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에서는 한류 열기가 뜨겁지만 바로 이웃 일본에서는 한류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해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10일 방송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일본 우익 단체들이 김태희를 두고 '반(反) 한류'를 확산시키고 있는 분위기를 방송해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이같은 반일 분위기는 국내 네티즌들까지도 흥분시키며 자칫 한일 네티즌들 사이에 충돌을 야기시킬 위험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김태희 독도 발언이 뭔데?
김태희는 지난 2005년 5월 스위스를 방문해 남동생 이완과 함께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문구가 쓰인 티셔츠를 입고 '독도 수호 캠페인'을 벌였다. 당시 스위스 관광청은 김태희와 이완을 '스위스 관광 문화 교류대사'로 위촉하며 이같은 행사를 마련했었다. 스위스 관광청 측은 "한국의 독도수호운동을 지지하고 양국간 교류를 넓히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태희와 이완은 스위스 현지에서 만나는 주요 인사들에게 티셔츠를 나눠줬고 인터뷰와 행진을 통해 '독도는 우리땅'임을 알렸다. 특히 스위스관광청 환영 만찬장에서 김태희는 인사말을 통해 "대한민국의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 스위스를 포함한 많은 유럽인이 관심을 가져 달라"며 국제적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같이 한국인이라면 전혀 어색할 것이 없는 활동을 한 김태희에 대해 일본의 우익단체들이 굳이 7년 전 일을 들추며 과격함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일고 있는 것이다.
▶'日드' 출연까지 했는데…
지난 해 9월까지만 해도 김태희는 일본에서 후지 TV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나와 스타의 99일' 촬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일본의 우익단체 회원 550여명이 후지 TV 앞에서 '반일 여배우 김태희 드라마에 대해 철저히 항의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1시간 가량 가두 시위를 벌였다. 당시는 김태희를 타깃으로 만들어 정치적 공격의 빌미를 만들려는 움직임이었다는 분석이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것이 '김태희 죽이기'로까지 발전해온 것이다.
지난 2월에 김태희는 도쿄에서 자신이 출연한 로토(Rohto)제약 기초화장품 브랜드 유키고코치의 새 CF 발표회를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행사를 불과 하루 앞두고 전격 취소가 결정됐다. 주최 측은 "인터넷에 김태희를 모델로 기용한 데 대한 비판적인 글이 게시돼 만일의 사태와 안전을 고려해 행사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본의 우익단체 회원들은 김태희를 광고모델로 발탁한 로토제약의 도쿄 본사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광고에 나오는 배우의 정체를 알고나 써라" "일본인으로서 김태희의 기용을 용서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조국으로 돌아가라"고 외쳤다. 이들은 시위 당시 김태희에 대한 살해협박까지해 충격을 주고 있다. 또 "한류열풍은 친한파 일본인이 회장인 광고회사와 한국 정부가 1조6000억엔(한화 약 22조원)을 들여 조작하고 있는 것"이라는 허무맹랑한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살해 협박까지 '충격'
김태희 뿐만 아니다. 한국 걸그룹이 성상납을 한다는 만화 등 일본 내 혐한류는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심지어 한국인을 사칭한 웹사이트에서 한국에 대한 혐오 동영상과 비하 글들이 올라오기도 한다. 이같은 활동을 하는 일본 내 인터넷 상의 우익들이 '네트우익'이라고 불리고 있다. 이들은 최근에는 인터넷을 벗어나 오프라인으로 나와 시위를 벌이고 김태희 퇴출과 같은 실제적인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측은 '재일 특권을 허용하지않는 시민 모임' 재특회의 회장이자 네트우익의 지도자격인 사쿠라이 마코토에 주목했다. 재특회는 지난 2009년 조선초급학교 앞에서 시위를 벌여 유명해진 단체다. 사쿠라이는 고등학교 졸업 후 아르바이트와 비정규직으로 생활하던 소심한 성격의 사람이었지만 혐한류로 장사를 하는 출판사와 일부 방송국으로 인해 떠오른 인물로 알려졌다. 인터넷 상의 왜곡된 주장이 책과 방송을 통해 권위를 얻으며 재생산되며 관심을 얻었다는 것이다.
사쿠라이는 종군위안부에 대해 "매춘부였던 사람들이 6~70년이 지나서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떼를 쓰고 있다"고 망언을 하고 강제 징용된 이들에 대해서도 "돈을 벌기 위해 지원했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우익단체들은 이같은 조직적인 움직임을 폄하하기도 한다. 어리고 일정한 직업이 없는 사람들이 주축이 된 허울뿐인 재특회 등 특정 우익단체에서 대지진과 원전 피해 등으로 인한 일본 국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반한 감정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혐한류 분위기가 일본에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이 사실이 한국에까지 전해지면서 국내의 반일감정도 키워질 가능성이 높아져 그 심각성이 더하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