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현수막에서 자주 만나는 얼굴이 있다. 바로 개그맨 김병만. 그는 2012년 양대선거(4월 11일 국회의원 선거, 12월 1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홍보대사로 위촉돼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직접 거리로 나가 공명선거 캠페인을 벌이고, 홍보영상을 통해 투표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처럼 연예인이 각종 단체와 기관의 홍보대사로 임명되는 일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요즘엔 그 내용이 조금 달라졌다. 홍보대사라는 명목 아래 얼굴과 이름만 빌려주고 정작 활동에는 참여하지 않아 문제가 되곤 했던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직함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홍보대사 제안 수락 요건은?
2009년부터 한국관광공사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지진희는 한국여행 알림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장금'과 '동이'가 일본과 중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고궁홍보대사 활동도 겸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한국철도공사(KTX), 일본 JR규슈(신칸센)와 함께 사진에세이집 발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지진희는 지난 해 12월 서울에서 직접 일본 관광객들을 만나 한국의 숨겨진 관광 명소를 소개한 데 이어, 3월에는 일본의 숨은 명소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일본을 찾을 계획이다. 지진희의 소속사 관계자는 "지진희가 한국과 일본의 가교 역할을 하게 된 것에 대해 굉장히 감사해하고 있다"며 "바쁜 일정 탓에 팬미팅이나 프로모션 등 해외활동을 못하고 있는데, 홍보대사 활동을 통해 팬들을 만날 수 있어서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보대사 제안이 왔을 때,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인지 그리고 소속단체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는 '수락'을 위한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개그맨 김재욱 이동윤 이상호 이상민 송중근 오나미 김대성 안소미 등 소속 개그맨 8명 모두가 대한적십자사 헌혈 홍보대사로 위촉된 쇼타임 엔터테인먼트의 이현구 대표는 "여러 제안을 많이 받았지만 멤버들이 실제로 참여 가능한 활동인 지를 판단했다. 이름만 내거는 홍보대사는 고사했다"고 설명했다.
▶한류스타, 홍보대사로 인기 높아
홍보대사를 선정하는 쪽에서는 연예인의 이미지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 학교폭력 근절과 예방을 위한 경찰청 홍보대사로 위촉된 아이유,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활동 이후 동계유스올림픽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스포츠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는 김연아, 대한민국 나눔대축제 홍보대사로 지속적인 기부활동을 펼쳐 보건복지부장관상까지 받은 장윤정 등이 그 예다. 친근한 이미지로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많은 '개그콘서트'의 홍인규, 허민, 박소영도 지난 8일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초중고 축구리그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같은 날엔 기예에 가까운 묘기들을 선보여온 '달인' 김병만이 광양 월드아트서커스페스티벌의 홍보대사가 됐다.
그래도 역시 홍보대사로 인기가 높은 이들은 한류스타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이들에겐 문화 전도사 역할이 주어진다. 앞서 지진희처럼 아시아 지역에서 인기가 높은 최지우는 한국방문의해 명예미소국가대표로 활동하며 지난 1월엔 홍보영상에 출연했다. 지난 해 7월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2011 스페셜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했던 원더걸스도 2013 평창동계스페셜 올림픽 세계대회 홍보대사로 위촉돼 세계인들 앞에서 한국을 알리고 있다.
▶홍보대사 남발, 문제는 없나
'홍보대사의 홍수'라고 일컬어질 만큼 홍보대사가 흔해지다 보니 잡음도 많다. 한 연예인의 경우 지난 4~5년간 위촉돼 활동했던 홍보대사 직함이 10여개에 이른다. 그래서 일부에선 이미지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뚜렷한 연관성을 찾을 수 없는 단체의 홍보대사까지 맡고 있어 오히려 홍보효과를 떨어뜨린다고 비판하고 있다. 인기가 높아진 연예인에 대해 너도나도 홍보대사로 위촉하려고 나서는 단체들의 관행 또한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엔 브랜드 광고모델로 발탁하며 '홍보대사'라는 명칭을 사용해 혼돈을 주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불우이웃에게 수익금을 기부하거나 직접 그들을 만나 브랜드의 제품을 선물하는 등 선행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실상 이런 활동은 브랜드 모델 활동의 일부에 불과한 경우가 더 많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유니세프, 기아대책,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컴페션 등 다양한 국제구호단체에서 활동 중인 연예인이 좋은 이미지를 갖는 경우가 많다 보니, 브랜드에서도 그런 기부 활동을 엮어서 '홍보대사'라는 명칭을 쓰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홍보대사 직을 수행할 때는 공익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