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개 구단의 순위는 과연 어떤 분포를 보일까.
해외 전지훈련을 마친 팀들이 거의 다 귀국했다. 11일 한화가 일본 오키나와 캠프를 마치고 귀국했고 13일 KIA만 돌아오면 8개 구단이 본격적으로 시범경기 체제로 돌입하게 된다.
최고 관심사는 역시 성적이다. 지난 두달 동안 팀마다 많게는 10억원 수준의 비용을 들여가며 해외 전훈캠프를 치른 건 전력 극대화가 목적이다. 현 시점에서 어떤 팀이 정확하게 몇 등을 하게 될 지를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 대신 '대체로 순위가 어떤 스펙트럼을 보일 것인가'를 전망하는 게 보다 현실적이다.
▶삼성=1~3위
대부분의 야구 관계자들은 삼성이 올해도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수도권 구단의 모 단장은 "삼성은 가장 안정적인 전력을 구축해놨다. 변수가 가장 적은 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5년만의 정규시즌 우승과 시리즈 패권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젊은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었다. 선발진이 지난해 이맘 때보다 낫다는 평가다. 불펜은 부상만 없다면 여전히 최고의 압박 카드다.
이승엽의 가세가 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가 중요 변수다. 8년전의 이승엽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워낙 경험이 많기 때문에 최형우와 함께 시너지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이승엽이 의외로 성적을 내지 못한다 해도 삼성은 지난해 타력에서 크게 나빠질 게 없는 상황. 만약 용병 투수 2명까지 인상적이지 못할 경우엔 다소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못해도 3등 안에 들 것이란 평가가 대세다.
▶KIA=1~6위
KIA는 예상 순위 스펙트럼을 굉장히 넓게 잡을 수 있다.
선동열 감독의 취임은 팀내 가장 큰 변화였다. 기본적으로 투수 자원이 있는 팀이라 당장 우승 후보로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부상이 변수다. 왼손 선발투수 양현종이 아프고, 김진우 손영민 한기주 심동섭 등도 상태가 좋지 않다.
삼성 사령탑 시절의 '선동열 야구'는 기본적으로 '투수의 함수'였다. 그런데 시즌을 앞두고 부상 선수가 많아졌으니 선발, 중간, 마무리 체제를 확정하기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시즌 초반을 잘 버티고 부상 선수들이 본 궤도에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엔 KIA도 훌륭한 우승 후보가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새 용병 투수 2명이 2009년의 '로페즈-구톰슨 체제'에 버금가는 기량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역으로 4강 밑으로 내려앉을 가능성도 있다. 최희섭의 훈련 이탈로 불거졌던 팀 케미스트리 문제와 이범호의 건강이 KIA 벤치의 중요 변수다.
▶롯데=3~6위, SK=2~5위
지난해 정규시즌 2위팀 롯데는 이대호의 일본 진출로 타선 무게감이 확 줄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15승 투수 장원준의 군복무다.
지난해 롯데 투수진은 133경기에서 1187이닝을 던졌다. 그 가운데 장원준이 15.2%인 180⅔이닝을 책임졌다. 프로 8개 구단 가운데 LG 주키치(187⅔이닝), 두산 니퍼트(187이닝)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이닝을 먹어치워준 장원준이었다.
SK로부터 영입한 정대현은 무릎이 아프고 이승호는 선발로 꾸준히 등판할 수 있을 지 검증이 안 된 상태다. 롯데는 지난해 보다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SK는 김광현과 박경완이 어떤 몸상태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팀의 행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팀이다. 이만수 감독이 시즌 처음부터 팀을 이끄는 첫 시즌이라는 점도 눈여겨볼만한 부분. 최근 5년간 이 팀 선수들이 보여준 '진화'가 이젠 개개인의 DNA로 각인됐을 거라는 의견도 있다. 선수 개인의 위기 대처 능력은 최고라는 얘기다.
▶두산=1~6위, LG=4~8위
지난해 5위에 그쳤던 두산도 KIA와 마찬가지로 변수가 많다. 니퍼트와 김선우가 이끄는 1,2선발은 믿음직하지만 새 용병 프록터가 마무리 보직에서 자리를 잡느냐가 문제다. 최근 몇년간 타선에는 큰 변화가 없었던 팀이다. 김현수가 지난해 보다는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 신임 김진욱 감독의 선수들을 다소 풀어주는 듯한 운영 방식이 강점으로 작용할 지 여부도 중요하다.
경기조작 파문이란 엄청난 사태를 겪으며 주축 선발투수 2명을 잃은 LG는 현재로선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팀이다. 하지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 팀은 지난 9년간 '절대 전력'이 약해서 매번 4강에 실패한 건 아니었다. 역으로 어려움에 처한 게 팀 체질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물론 만약 LG가 4위를 차지한다면, 올연말 스포츠 10대 뉴스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한화=4~7위, 넥센=5~8위
'박찬호 효과'는 과연 얼마나 될까. 한화의 4강 가능성을 예상할 때 늘 언급되는 부분이다. 일정 부분 플러스 효과가 있겠지만 그 보다는 부상에서 돌아온 류현진이 후유증이 없기를 바라는 게 팀성적 측면에선 더 중요할 것이다.
한화는 현 전력에서 모든 요소가 순조롭게 맞물리면 4위를 노려볼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젊은 투수들이 최근 몇년간 경험치가 늘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넥센은 김병현 영입과 이택근의 복귀를 통해 더 많은 관중을 불러모을 수 있겠지만 당장 올해 4강에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시즌을 치르면서 만들어가는 '경기 체력'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팀이다. 여전히 다른 팀들이 넥센을 승수쌓기의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