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오랜만입니다." "살이 많이 빠졌네, 방송 잘 보고 있다."
5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만난 스승과 제자는 웃음을 머금은 채 손을 맞잡았다. 축구 코치와 선수였던 첫 만남에서 K-리그 감독, 예비 가수로 자리는 바뀌었지만 아련한 추억을 더듬으면서 덕담을 주고 받았다.
김상호 강원FC 감독과 '위대한 탄생2(이하 위탄2)' 톱4에 진입한 구자명이 10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만났다. 두 남자는 2007년 청소년대표팀(17세 이하)에서 인연을 맺은 바 있다. 대구FC와의 2012년 K-리그 2라운드이자 홈 개막전을 앞두고 있던 강원 구단이 구자명을 초대 가수로 섭외하면서 만남이 이뤄졌다.
2007년 당시 김 감독은 국제축구연맹(FIFA) 청소년월드컵(17세 이하) 본선 출전을 앞두고 있던 박경훈 감독(현 제주 유나이티드)을 보좌하는 수석코치, 구자명은 본선 출전이 유력시 됐던 공격수였다. 구자명은 본선 직전 고질적인 허리 부상이 도져 대표팀을 떠났고, 이후 재기를 노렸으나 끝내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한때 음식점 배달원 등 밑바닥 인생을 경험하기도 했으나, 스타발굴 오디션인 위탄2를 통해 가슴 속에 묻어둔 가수의 꿈을 펼쳐 제2의 인생을 살기로 했다. 구자명은 호소력 짙은 가창력과 가슴 저린 사연으로 청중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고, 수백만명의 경쟁자를 제쳤다. 9일 경연에서는 가수 이승환의 '붉은 낙타'를 열창, 최고점을 받아 배수정, 전은진, 50㎏과 함께 '톱4' 진입에 성공했다.
생방송을 마친 구자명은 새벽부터 차에 몸을 싣고 숨가쁘게 달려 강릉에 도착했다. 다른 톱4 멤버들도 함께 했다. 구자명과 톱4가 감독실에 모습을 드러내자 굳은 표정이었던 김 감독의 얼굴은 금새 밝아졌다. 김 감독은 "방송을 볼 때마다 열창하는 모습에 감탄하곤 했다. 실제로 보니 현역시절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고 웃었다. 구자명은 "선생님을 다시 뵙게 되니 영광"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김 감독 뿐만 아니라 구자명과 청소년대표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오재석과 이재훈도 '톱4'를 반겼다. "TV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살이 왜 이렇게 많이 빠졌냐"고 짐짓 놀란 척을 하던 오재석은 "비록 그라운드를 떠났지만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선전을 기원했다.
구자명은 이날 '톱4' 멤버들과 함께 강원의 승리를 기원하는 축하 공연을 멋들어지게 소화했다. 스승 앞에 선 구자명의 열창이 돋보였다. 경기 시작 전부터 분위기가 달아 올랐다. 구자명과 톱4의 응원이 힘이 됐는지 지난해 K-리그 단 3승에 그쳤던 꼴찌 강원은 대구전에서 2대0 쾌승을 거두며 홈 개막전을 기분좋게 마쳤다. 스승과 제자의 만남은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됐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