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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감독 역설의 리더십과 데얀의 프로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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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판에 칼을 꺼내들었다. 칼끝은 외부가 아닌 내부를 향했다. 역설의 리더십었다.

우려도 있었다. 주위에선 경솔했다는 조언하기도 했다. 결코 후회하지는 않았다. 약이 됐다.

최용수 서울 감독의 승부수에 데얀(31)이 손뼉을 마주쳤다. 골시위로 '태업 논란'을 완벽히 잠재웠다. 실타래는 경기 시작 4분 만에 풀렸다. 서울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전남과 홈개막전을 치렀다. 데얀은 몰리나가 미드필드 중앙에서 올린 프리킥을 헤딩으로 방향을 살짝 바꿔 골을 터트렸다. 시즌 첫 슈팅이 골로 연결됐다. 서울은 일찌감치 터진 데얀의 골을 앞세워 전남을 2대0으로 물리치며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5년 만의 홈 개막전 승리였다. 2008년 울산과 1대1로 비긴 서울은 2009년 강원(1대2), 2010년 전북(0대1), 지난해 수원(0대2)에 무릎을 꿇었다.

'윈-윈'이었다. 대행 꼬리표를 뗀 최 감독이 정식 사령탑으로서의 첫 승이었다. 지난해 득점왕(24골) 데얀은 '슬로 스타터'의 오명을 씻었다. 그는 지난 시즌 4경기 만에 마수걸이 골을 신고했다. 올해는 2경기나 빨리 축포가 터졌다.

강공이 낳은 효과다. 한 번은 터트려야 할 문제였다. 데얀은 겨울이적시장에서 중국 광저우 부리로부터 이적료 500만달러(약 56억원)에 서울에서 받은 연봉의 두 배가 넘는 180만달러(약 20억원)의 거액을 제안받았다. 이적을 희망했지만 구단의 반대로 무산됐다. 섭섭한 감정이 남아 있었다.

데얀은 팀의 기둥이다. 공격라인에서 없어서는 안될 주포다. 덫에 걸리면 독이 될 수 있다. 최 감독은 한 개인에 끌려가다보면 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데얀의 어수선한 마음을 정리할 채찍이 필요했다. 4일 대구와의 시즌 첫 단추(1대1 무)에서 전반 22분에 교체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선 데얀의 태업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으나 흔들림은 없었다.

최 감독은 전남전을 마친 후 데얀에게 다시 당근을 줬다. 그는 "지난 주의 경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개인이 아닌 팀을 봐야 했다. 데얀이 본연의 위치로 돌아오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웃었다.

데얀은 프로였다. 골 뿐이 아니었다. 90분내내 적극적으로 공수에 가담했다. 현란한 개인기와 압박으로 최 감독의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후반 38분에는 회심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하기도 했다. 팬들은 "데얀"을 연호하며 기뻐했다.

악몽에서 탈출했다. 데얀은 8일 최 감독과 함께 홈 개막전 미디어데이에 참석, 해명했다. 이날 또 다시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개인보다는 팀이 우선이라고 했다. "지난해에는 득점왕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무관이었다. 2010년에는 득점왕은 거머쥐지 못했지만 리그와 컵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 골을 넣는 것도 좋지만 팀이 우승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승부욕이 꺾인 것은 아니다. '이동국은 매 경기 골을 넣고 싶다고 했는데'라는 질문이 나오자 "난 매 경기 2골을 넣고 싶다"고 응수, 웃음꽃을 선물했다.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졌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