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는 올림픽과 대선이 있어서 드라마를 해야할 지 모르겠네요."
오는 7월 제30회 런던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지상파 방송3사의 드라마 편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온 국민의 관심이 쏟아지는 대형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펼쳐질 때마다 방송가에서는 예측 불허의 편성이 이뤄지고, 뜻하지 않게 수혜자와 피해자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드라마는 전개가 탄력을 받아가는 시점에 스포츠 중계로 예고 없는 결방이 이뤄질 경우 이야기의 흐림이 끊기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일례로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SBS 수목극 '나쁜 남자'는 월드컵 특집으로 2주간 결방되면서 뒤늦게 시작한 KBS2 '제빵왕 김탁구'의 초반 기세에 눌려 시청률에 탄력을 받지 못했다. '제빵왕 김탁구'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국민드라마' 반열에 오른 데에는 물론 탄탄한 스토리의 힘이 컸지만 일부 편성의 덕을 봤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올 해도 역시 서울과 9시간 시차를 보이고 있는 영국 런던에서 올림픽이 개최되면서 드라마 결방 사태가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배우들도 올림픽을 전후해 시작하는 드라마는 되도록 피해가고자 하는 분위기다.
상반기 지상파 3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한 배우의 소속사 관계자는 "상반기 드라마에 마땅히 어울리는 캐릭터가 없어서 결정을 못했지만 하반기 드라마는 올림픽이 신경쓰이는 게 사실이다. 올림픽 이후 라인업이 공개돼야 출연을 결정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림픽을 반드시 의식했다고 보긴 어렵겠지만 지상파 3사의 상반기 드라마 라인업과 출연진이 화려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KBS는 한류스타 장근석과 소녀시대 윤아 주연의 '사랑비'와 '최고의 사랑' 홍정은-홍미란 일명 '홍자매' 작가의 '빅(가제)'을 월화극으로 각각 3월과 6월께 첫회를 내보낸다. 또 수목극으로는 '태양의 여자'의 김인영 작가가 집필하고 엄태웅이 주연을 맡은 '적도의 남자'와 100억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대작 '각시탈'을 각각 3월과 5월에 편성했다.
MBC에서는 '다모'의 이재규 PD와 '베토벤 바이러스'의 홍진아 작가가 의기투합하고 하지원과 이승기가 주연으로 나서는 '더킹 투하츠'가 수목극으로, 이어 김선아의 출연이 거론되고 있는 '아이두아이두(가제)'가 편성된 상태다.
SBS도 월화극으로 유아인-신세경 주연의 '패션왕'과 팩션 사극 '대풍수'를, 수목극으로 박유천-한지민 주연의 '옥탑방 왕세자'에 이어 지난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드라마 '싸인'의 김은희 작가와 김형식 PD가 함께 선보이는 '유령'을 편성한 상황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작품은 '시크릿 가든'의 김은숙 작가와 신우철 PD 콤비가 준비하고 있는 주말극 '신사의 품격'이다. 5월 첫 방송되는 이 드라마는 톱스타 장동건의 12년만의 안방 복귀작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하반기에는 올림픽에 이어 대선이라는 대형 정치 이벤트까지 예고돼 있어 이래저래 방송가의 이슈가 묻힐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과연 방송3사가 올 해는 어떤 편성 전략으로 시청률 사냥에 나설 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