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에 큰 그림이 그려졌다.
군팀 상무가 2013년부터 국가대표팀 유망주 육성의 산실이 된다.
축구협회는 지난 6일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을 비롯해 정몽규 프로축구연맹 총재, 권오갑 실업축구연맹 회장 등이 회동한 이사회에서 '상무 지도자 인건비 보조'안을 확정했다.
협회는 지도자 인건비를 보조함으로써 상무를 국가대표 유망주 육성의 산실로 전환한다는 명분을 조성하기로 했다. 지원금은 매달 1500만원씩, 연간 1억8000만원이다. 계약은 1년씩 연장하는 방식이다.
협회는 협약서 안에 상무가 준수할 구체적인 조항도 삽입했다. '국군체육부대는 상무 팀이 국가대표 선수 육성을 위한 상비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선수 선발시 만 23세 이하 연령대 우수 선수의 다수 선발을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현재 상무에는 20대 후반 선수들의 입대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국군체육부대는 입대 연령을 만 27세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외 프로 선수들은 만 27세가 되는 해에 입대하고 있다.
이번 개혁안은 상무 선수들의 동기유발에 대한 의미도 담겨있다. 승강제가 실시되는 2013년, 상무는 안팎의 사정을 따져봤을 때 2부 리그 강등이 유력한 상황이다. 상무 선수들은 선수 겸 군인이다. 군인은 사기를 먹고 산다. 사기 저하를 막기 위한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협회와 연맹의 공통된 입장이다.
위의 유사사례는 연맹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연맹은 1996년 창단한 경찰청 축구팀 운영에 대한 연간 소요예산(5억원)을 전액 지원하고 있다. 당시 체결한 약정서에는 프로축구단 선수를 우선적으로 선발토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창단멤버(24명) 중 프로선수는 14명이었다. 이후 경찰청은 2001년부터 2군리그에 참여하고 있다.
아이러니하지만 이번 상무 개혁안은 조광래 전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조 감독이 A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을 때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에게 지속적으로 피력했던 부분이다. 상무를 활용해 한국축구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 골자였다. 조 감독은 지난해 8월 0대3 삿포로 참패 이후 목소리를 높였다. 조 감독은 "K-리그 대다수 팀들이 산하에 유스팀 형태로 고등학교 팀을 지원하고 있는데, 선수들이 고교를 졸업하고 클럽에 입단해도 현실적으로 K-리그에서 당장 활용하기 어럽다. 이들을 팀별로 2~3명씩 상무에 보내 2년 간 프로선수로서 기초를 닦게 하면 병역 문제도 해결되고, 장기적으로 한국축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상무의 팀 운영 형태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군무원이 아닌 전문 육성 코치로 코칭스태프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유망주 육성에 조예가 깊은 국내외 지도자로 코칭스태프를 구성해 젊은 선수들을 집중 육성하자는 것이었다.
다만, 변수는 존재한다. 상무는 국방부 소속 아마추어 팀이기 때문에 협회-연맹-국방부간 조율이 필요하다. 또 다른 종목과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상주시의 반발이다. 2부 리그 강등에 대해 결정난 것이 없는 상황에서 협회의 개혁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