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개인사업을 정리한 뒤 주식투자로 소일하고 있는 김모씨(64·서울 목동). 그의 주식투자 종잣돈은 3억여원으로 주식경력은 30년이 넘는다.
중·장기 투자와 단타매매를 병행하는 그는 "그동안 고수 소리를 들으며 주식에서 돈을 잃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수수료로 나간 것만 5000여만원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돈을 날리기 쉬운 것은 수수료가 너무 많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특히 사고 팔기를 자주하는 '단타족'들에겐 수수료가 늘 원망의 대상이다.
▶거래소는 장관급 연봉자의 집합소
주식 투자자들의 매매 때마다 수수료를 챙기는 주체는 증권사 뿐만이 아니다.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도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있다.
거래소는 거래대금의 0.00329%를 수수료 수입으로 챙긴다. 외견상 얼마 안되보이는 포션이지만, 주식투자 인구와 거래대금이 늘어나면서 거래소은 '떼돈을 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르면 거래소는 지난 2010년 한해 동안만 3256억원의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거둬들였다. 당기순이익만 2839억원이다. 2010년 기준으로 직원 1인당 당기순이익은 4억1600만원에 달하는 실정. 시중은행의 1인당 평균 당기순이익 7200만원, 증권회사의 당기 순이익 6800만원에 비해 약 6배나 많은 금액이다. 거래소의 최근 3년간 영업이익률은 34%. 이는 증권·선물업에 비해 5~6배 높은 수준이다. 거래소의 누적 이익잉여금만 1조 4850억원에 달한다.
과도한 수수료 수입 때문에 이런 결과가 빚어지고 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 감사원에선 이미 지난 2010년 금융위원회에 거래소의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라고 통보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거래소 측은 컨설팅 업체에 수수료 관련 용역을 준 뒤 차일피일 수수료 인하방안을 미루고 있는 상태. 그야말로 '배짱 영업'이 아닐 수 없다.
개인투자자들로부터 돈이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일까? 거래소의 급여수준은 공공기관 중 랭킹 1~2위를 다투고 있다.
지난해 680여명에 달하는 거래소 직원들의 평균급여가 무려 1억1600만원에 이르고 있다. 국무위원인 장관의 연봉이 1억1000만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거래소에는 680여명의 장관급 인사가 근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 수수료 수입으로 해도 너무한다"는 주위의 비판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서비스는 미흡
이런 초고액 수입을 올리면서 고객이나 다름없는 투자자들에 대한 서비스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것이 자원개발 투자 공시의 허점이다. 주가 부양을 위해 자원개발 공시를 내는 기업들에 대한 관리소홀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자원개발 공시를 한 77개 상장법인(유가증권 28개, 코스닥 49개) 중 26개 법인은 자원개발 착수 공시일로부터 1년 이상 사업의 진행상황 등에 대해 아무런 공시를 하지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시를 하지않은 26개 기업의 자원개발 사업 35건에 대해 사업진행 현황을 조사한 결과 16건의 자원개발 사업은 투자협상 결렬, 사업타당성 부족, 지분취득 업체 폐업 등으로 사업의 진행사항이 없거나 중단 또는 이미 해당사업에서 철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가 자원개발 업체들의 상황을 적절히 관리하지 않음에 따라 자원개발 공시를 보고 '대박'를 노리던 개미 투자자들은 '쪽박'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또 지난 2009년 이후 상장폐지된 81개 코스닥 기업 중 75개 기업에서 대출원금 연체가 상장폐지보다 선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거래소가 이를 공시토록 했다면 개미투자자들이 상폐 날벼락을 면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거래소 측에 "대출금 연체 사실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