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부터 뇌수막염을 앓다가 얼마 전 뇌수종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던 러시아 어린이(2)가 최근 중앙대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해 새 삶을 얻었다.
주인공은 지난 2월말 중앙대병원에서 뇌수종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레까레브 이반(Lekarev Ivan) 군과 어머니 라까레바 스베틀라나(Lekareva Svetlana·30)씨.
뇌수종은 뇌척수액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고 뇌 속에 고여 두통과 구토, 의식 저하, 보행 장애 등을 일으킨다. 주로 어린아이들에게 잘 생기는 편이지만 어른도 걸릴 수 있는 병이다. 선천적인 원인으로 발생하기도 하고, 뇌에 출혈이나 염증이 생겼을 때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해 9월부터 심한 두통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현지 병원을 다니던 이반 군은 당시 뇌수막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치료를 지속했지만 차도가 없었고, 높은 뇌압으로 인한 심각한 두통과 걷기 힘들 정도의 몸 상태로 올해 초 현지 병원 응급실에 입원해 결국 뇌수종 진단을 받게 되었다.
이후, 중앙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같은 지역의 이웃 소개로 한국행을 결심하게 된 이반 가족은 고민 끝에 지난달 22일 중앙대병원에 도착했다.
도착 당시 뇌에 물이 차 두개뇌압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여, 수술을 하지 않을 경우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서울에 온지 이틀 만에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박용숙 교수의 집도로 뇌척수액을 복부로 빼내는 '션트'(shunt) 장치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은 이반 군은 현재 건강을 되찾아 병동을 걸어다니는 연습을 하고 정상적인 식사를 하는 등 빠른 회복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이번에 한국을 찾은 부부는 결혼 후 아이가 없어 작년에 이반을 입양해 극진히 보살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3월 4일은 아버지 레까레브 발레리(Lekarev Valeriy 32세) 씨와 이반의 생일로, 한국에서 '다시 태어난' 이반에게 더 의미 깊은 날이기도 했다.
어머니 스베틀라나 씨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병동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돌봐준 의료진께 깊히 감사드린다"며 병원에 감사를 표했다.
한편, 중앙대병원은 치료비 1500만원 중 어려운 환자를 돕기 위해 교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새생명기금'으로 5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며, 이반 가족은 오는 3월 중순 경 건강한 모습으로 러시아로 돌아갈 예정이다.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중앙대병원 김성덕 원장과 환아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