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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의 신무기 '사이코 콤비' 높이를 장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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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공격수 보강에 심혈을 기울인 전남이 신흥 무기를 장착했다. 정해성 전남 감독도 예상치 못했던 시나리오다.

새로운 트윈타워 '사이코(사이먼+코니)' 콤비. 그라운드의 최전방과 최후방에서 우월한 높이로 제공권을 장악하는 호주 용병 듀오 사이먼(26)과 코니(27)를 이르는 말이다. 1m88의 공격수 사이먼과 1m97의 수비수 코니의 머리는 4일 전남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전남과 강원의 개막전에서 밝게 빛났다. 비록 골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강원과 0대0으로 비겼지만 전남의 새로운 공격 루트 탄생을 알리기에 충분한 활약이었다.

정 감독은 "높이를 염두에 둬서 선수를 영입한 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사이먼의 컨디션을 보고 후반에 교체하려 했는데 투쟁심을 보여 끝까지 기용했다. 내가 원하던 선수 스타일"이라며 만족스러워했다. 지난해 K-리그에 첫 선을 보인 코니의 높이는 워낙 잘 알려져 있다. 중앙수비수로 상대 공격수에게 올라오는 공중볼을 모두 차단한다.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최전방 공격수 못지 않게 적극적으로 헤딩에 가담한다. 지난해 기록한 3골 모두 머리에서 나왔다. 이에 사이먼까지 합류했다. 신장은 코니보다 9cm나 작지만 파워만은 코니보다 우월하다. 높은 점프력으로 이운재의 골킥을 비롯해 대부분의 공중볼을 모두 따냈다. 최전방부터 상대 수비수들에게 강한 압박을 해 수비에도 크게 기여했다. 특히 사이코 콤비의 위력이 돋보인 장면은 코너킥과 세트피스. 평균 1m92에 해당하는 이들의 높이에 강원 수비진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수비진들의 육탄방어와 송유걸 강원 골키퍼의 선방이 없었다면 헤딩으로만 해트트릭을 기록했을 정도다.

그런데 정 감독에게 의외의 반응이 나왔다. '높이 축구'가 전남의 주요 공격 루트가 아니란다. "강원전은 비가 왔기 때문에 세트피스를 통해 사이먼의 높이를 이용하라고 했다. 사이먼의 공을 떨궈주면 2선 공격수들이 세컨드 볼을 노리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기후 탓에 쓴 전술일 뿐이다."

정 감독이 전지훈련에서 중점적으로 담금질한 것은 미드필드에서 시작되는 오밀조밀한 '패스 축구'다. 그 중심에 올시즌 완전 이적에 성공한 중앙 미드필더 이현승(24)이 있다. 정 감독은 "높이가 세트피스에서 위협적인 공격 방법이 될 것 같지만 앞으로 이현승 등을 이용한 미드필드 플레이를 통해서 재미있는 축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 감독의 바람대로 이현승까지 정상 궤도에 오른다면? 전남의 최전방-허리-최후방을 잊는 척추라인, '사이코(사이먼+이현승+코니)' 트리오가 탄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