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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드러낸 '박경훈 축구', 더 빠르고 더 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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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30분 자일의 세번째 골이 터지자 박경훈 감독은 두 팔을 높이 들었다. 자신이 추구하는 축구가 통할 수 있다는 만족감의 표시였다.

올시즌 '박경훈 축구'의 실체가 드러났다. 더 빠르고 , 더 정확했고, 더 독했다.

박경훈 감독은 '높은 볼점유율, 빠른 역습, 정확한 골결정력'을 모토로 하는 축구를 선보이겠다고 했다. 겨우내 착실한 훈련을 했다고는 하나 박 감독의 이같은 청사진에 의구심을 품는 관계자가 많았다. 지난시즌 후반기 보여준 제주의 모습이라면 힘들 것이라는게 이들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박 감독은 자신감이 있었다. PSV에인트호벤에서 박지성 이영표와 한솥밥을 먹었던 호벨치가 공격을 이끌고, '축구천재'로 이름을 날렸던 송진형이 중앙에서 경기를 잘 풀어준다면 해볼만 하다는 계산을 했다. 나머지 포지션에도 박 감독의 구미에 맞는 선수들이 영입됐다. 지난시즌 부진했던 선수들은 동계훈련을 통해 한단계 더 진화하는데 성공했다.

경기 전 만난 박 감독은 조심스레 "아직 내가 생각하는 축구를 완벽히 구사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점차 진화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 첫 단추만 잘 꿴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박 감독의 예상은 적중했다.

호벨치 산토스 자일 배일환이 중심이 된 공격진은 박경훈 축구를 그라운드에서 실현시켰다. 스피드, 기술, 힘을 고루 갖춘 이들 4총사는 인천 수비를 초토화시켰다. 배일환 자일 산토스는 팀이 기록한 3골을 모두 만들어냈다. 박 감독은 골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호벨치를 향해 "나머지 선수들이 침투할 수 있도록 공간을 잘 만들어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주판 '판타스틱4'는 다이나믹한 움직임으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이들을 보좌한 송진형-권순형 중앙 미드필더 듀오의 활약도 빛났다. 송진형은 올시즌 박 감독의 비밀병기다. 높은 볼점유율을 위해서는 미드필드에 기술을 갖춘 선수가 필요했다. 박 감독은 프랑스에서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던 송진형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겨우내 구슬땀을 흘린 송진형은 첫번째 골을 도우며 자신의 건재를 알렸다. 패싱력, 기동력 모두 만족스러웠다. 권순형과도 오랜기간 호흡을 맞춘 듯한 조직력을 보였다.

제주는 이들의 활약으로 인천을 3대1로 꺾고 기분좋은 출발을 알렸다.

박 감독은 경기 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축구를 더욱 진화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힘든 상대였던 인천을 잘 이겼다. 오늘 승리를 계기로 목표로 했던 3월 성적인 3승1무를 거둔다면 더 큰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2010년에 보여준 돌풍을 재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달라진 제주는 올시즌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제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