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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살펴본 전북-성남 K-리그 개막전 명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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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전북 현대와 성남 일화의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개막전은 흥미진진했다. 축구에서 가장 재미있다는 3대2 '펠레 스코어'로 막을 내렸다. '디펜딩챔피언' 전북의 '닥공'이 'FA컵 챔피언' 성남의 '신공'을 눌렀다. 창과 창의 대결,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였다.

K-리그 개막전의 좋은 예를 보여줬다. 신태용 성남일화 감독의 "재밌는 경기를 보여주겠다"던 경기 전 약속대로였다. 2012년 K-리그의 뜨거운 시작을 알린 전북-성남전의 명장면을 키워드로 뽑아올렸다.

▶이동국 통산 최다골 경신

이동국은 통산 115골로 지난 시즌을 마감했다. 우성용(인천 2군 코치)의 K-리그 통산 최다골 기록에 1골 차로 다가선 이동국의 최다골 기록 경신은 시간 문제였다. 기대는 했다. 하지만 설마 했다. 이동국은 개막전에서 보란듯이 2골을 몰아넣으며 K-리그의 역사를 다시 썼다. 전반 13분과 전반 18분 5분새 2골을 터뜨렸다. 2월 최강희 감독의 첫 A매치 2경기에서 3골을 쏘아올린 골 감각을 K-리그로 고스란히 옮겨왔다. 역사적인 2골 모두 황보원이 도움을 기록했다. 골키퍼의 키를 슬쩍 넘기는 찍어차기, 낮은 패스를 이어받아 몸을 돌리며 밀어넣은 논스톱 슈팅 등 2골 모두 물오른 감각이 빛났다. 통산 최다골 기록을 경신한 직후 유니폼 팔부분의 K-리그 황금패치에 키스 세리머니를 펼쳤다. 주먹을 불끈 들어올리며 자랑스런 K-리그의 힘을 만방에 과시했다. 자신을 믿어주고 키워낸 K-리그를 향한 감사와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닥공 시즌2

'닥공 창시자'인 최강희 감독이 A대표팀으로 떠난 이후 이흥실 전북 감독대행의 '닥공 시즌2'에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이 감독이 이미 공언한 대로 '닥공'의 기조는 변함없었다. 이동국-에닝요-루이스의 움직임은 여전히 경쾌했다. 이동국의 2골로 앞서가다 성남 에벨톤이 2골을 몰아치며 2-2로 팽팽해진 후반 20분 이후 이 감독은 승부수를 던졌다. 이승현, 김동찬, 정성훈을 줄줄이 투입했다. '닥치고 공격' 기조를 끝까지 유지했다.

▶첫선 보인 '신공 F4'

성남의 신태용 감독은 '신공(신나게 공격)'을 표방했다. 요반치치-한상운-에벨찡요-에벨톤의 '신공 F4'가 K-리그 그라운드에 첫 걸음을 내디뎠다. 지난 설 연휴 홍콩아시안챌린지컵 2경기에서 10골을 넣으며 무시무시한 화력을 뽐낸 이후 K-리그 팀들의 경계 1호가 됐다. '원톱' 요반치치가 극심한 견제를 받는 와중에 오른쪽 윙포워드로 나선 에벨톤이 전반 24분, 후반 5분 2골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최강희호 A매치 2경기에 선발출전했던 '왼발의 스페셜리스트' 한상운은 세트피스에서 전담 키커로 나서 날선 왼발을 뽐냈지만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요반치치는 90분 내내 전북 조성환에 꽁꽁 묶였다. 극심한 신경전을 펼쳤다. 하지만 요반치치는 후반 에벨톤의 동점골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수비수를 등지고 돌아서며 공간을 창출하는 움직임, 수비수를 페널티박스 안으로 달고 움직이는 영리한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박진포-에벨톤 '오른쪽 라인'

성남의 오른쪽 라인을 책임지는 오른쪽 풀백 박진포와 오른쪽 윙포워드 에벨톤은 절친하다. 동계훈련 기간 내낸 한상운-홍 철의 왼쪽라인과 경쟁하며 힘을 길렀다. 에벨톤은 박진포에게 "똑같이 신발을 맞춰 신자"고 제안하며 친근감을 표시할 정도다. 박진포-에벨톤 라인의 찰떡 궁합은 개막전부터 여실히 증명됐다. 전반 24분 0-2 상황에서 천금같은 추격골을 합작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한상운이 슬쩍 흘린 볼을 박진포가 감아찼고, 제대로 회전을 먹은 볼을 문전에서 튀어오른 에벨톤이 헤딩으로 밀어넣었다.

▶윤빛가람-홍 철 '절친라인'

1990년생 동갑내기 윤빛가람과 홍 철이 시즌 개막전에 같은 유니폼을 입고 나섰다. 올림픽대표팀, A대표팀에서 동고동락하며 우정을 키워온 절친이다. 홍 철은 "가람이와 한 팀에서 뛰는 것이 꿈이었다"라며 올 시즌 절친의 성남 이적을 반겼다. 1월 초부터 올림픽대표팀에 차출돼 개막 직전에야 팀에 합류한 윤빛가람 역시 "아직 어색하긴 하지만 홍 철과 전현철 등 친구들이 있어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날 전북전에서 윤빛가람과 홍 철은 나란히 선발출전했다. 신 감독은 예상을 깨고 충분히 손발을 맞추지 못한 윤빛가람과 컨디션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은 홍 철을 선발기용하며 믿음을 드러냈다. 두 선수 모두 90분 풀타임을 뛰었다. 윤빛가람은 성남 데뷔 무대에서 전반에만 4km를 뛰며 팀내에서 가장 많은 활동량을 자랑했다. 치열함을 보여줬다. 지난 겨울 발뒤꿈치 수술 이후 몸 상태가 완전히 올라오지 않은 홍 철 역시 왼쪽 풀백으로 사력을 다해 뛰었다. 홍 철, 윤빛가람이 사이드라인에서 끈질긴 협업 수비를 펼치며 공격권을 지켜내는 모습이 훈훈했다.

▶에닝요존

후반 37분 페널티박스 왼쪽 측면에 에닝요가 선 순간, 축구팬들이 떠올린 단어는 '에닝요존'이었다. 에닝요는 자타공인 K-리그 최고의 프리키커다. 오른발로 감아차는 강력하고 정확한 스핀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적지에서 개막전 첫승을 노린 성남으로서는 경기 막판 '에닝요존'을 내준 것이 뼈아팠다. 지난해 11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알사드와의 결승전에서 보여준 프리킥골과 완전히 똑같은 '도플갱어' 골이 터졌다. 공의 궤적이 빨랫줄처럼 일직선으로 날아들어 오른쪽 골망 구석으로 뚝 떨어졌다. 골키퍼가 손 댈 틈도 없이 강하고 빠른 타구였다. 2-2 팽팽한 균형이 깨졌다. K-리그 통산 최다골 기록을 경신하고도 조마조마해하던 이동국이 비로소 활짝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