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욱, 제2의 김사율로 거듭날 수 있을까.
롯데가 보물을 건진 느낌이다. 물론 조심스러웠지만 양승호 감독의 목소리에는 기대감이 확실히 묻어났다. 롯데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펼치게 된 투수 박동욱에 대해서다.
박동욱은 지난해 말 처음으로 실시된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에서 롯데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LG에서 그를 전력 외로 판단한 것이다. 말이 2차 드래프트지 사실상 그에게는 방출통보는 다름 없는 것이었다. 2003년 영흥고 졸업 당시 기대를 많이 모은 유망주였지만 현대, 히어로즈, LG를 거치며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롯데가 박동욱에게 마지막 기회를 줬다. 박동욱은 그 기회를 살리려 애쓰고 있다. 일단 양 감독의 눈도장은 확실히 받았다. 양 감독은 잡초 근성을 가진 선수들을 선호한다. 긴 무명생활을 거쳤어도 굴하지 않고 힘든 훈련을 버텨내며 주전급으로 도약한 선수들을 마음속으로 챙긴다. 2010년 말부터 나란히 1군 무대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투수 김사율, 유격수 문규현이 그런 경우다. 박동욱도 비슷하다. 단 한 번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이 없고 군대도 현역으로 다녀와야 했다. 양 감독은 "산전수전 다 겪어본 선수여서 그런지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 절실함이 느껴진다. 그 점은 매우 마음에 든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마인드 뿐 아니라 구위도 합격점을 받고 있다. 박동욱은 현재 실전경기에 나서는 롯데 투수들 가운데 가장 위력적인 공을 뿌리고 있다. 벌써 145km에 이르는 구속이 나오고 있고 연습경기 성적도 좋다. 가장 중요한 건 볼끝이다. 양 감독은 "구속도 구속이지만 공을 지켜본 심판들이 하나같이 '볼끝이 매우 좋다'고 평가하더라"라고 말했다. 여기에 투구폼이 매우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박동욱의 투구를 지켜본 롯데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봐왔던 선수 중 투구폼만 놓고 보면 최고"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제구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올시즌 활약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양 감독은 "연습과 실전은 다르다. 더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범경기 등을 통해 충분히 기회를 줄 것이라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아직 이렇다 할 1군 성적이 없기에 기회를 잡는다면 선발보다는 중간계투로 투입될 전망이다.
가장 큰 적은 부상이다. 부상이 매시즌 그의 발목을 잡아왔었다. 부상 없이, 지금과 같은 열정을 이어간다면 롯데팬들은 올시즌 제2의 김사율의 탄생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