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검승부가 남았다.
'비운의 골잡이' 이동국(33·전북), A대표팀에서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특히 월드컵은 악몽이었다.
10대인 1998년 프랑스월드컵을 통해 혜성같이 등장했지만 처음이자 마지막 환희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최종엔트리에 탈락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 때는 오른무릎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또 불발됐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두 차례 교체출전에 그쳤다. "내가 생각했던 월드컵은 이런게 아니었다." 탄식했다.
태극마크와의 악연은 계속됐다. 조광래호에선 지난해 10월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재승선했다. 하지만 폴란드와의 친선경기와 아랍에미리트(UAE)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경기에서 55분을 뛰는데 그쳤다. UAE전 후 굳은 표정의 이동국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외면한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날 밤 이동국은 트위터에 '고맙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 이름을 외쳐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제 모든 것을 잊고 전북 현대의 우승을 위해 다시 뛰겠습니다'고 썼다. A대표팀 은퇴를 암시한 대목이었다.
세상이 달라졌다. 전북에서 함께 호흡한 스승 최강희 감독이 A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최 감독은 이동국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이동국만한 원톱이 없다." 중용했다.
최강희호는 29일 오후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쿠웨이트와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최종전을 치른다. 한국 축구의 명운이 걸렸다. 만에 하나 패할 경우 최종예선에 오르기도 전 8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 물건너 갈 수도 있다.
이동국은 더 이상 경쟁자가 없다. 원톱으로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 감독은 신뢰는 흔들림이 없다. "특별한 주문을 할 생각은 없다. 자신이 가진 능력만 발휘한다면 얼마든지 좋은 활약을 할 것이다."
이동국은 최강희호의 첫 무대에서 골 시위로 부활을 알렸다. 2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경기에서 2골을 몰아쳤다. 이동국의 맹활약에 최 감독은 데뷔전에서 4대2로 승리했다.
하지만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이다. 쿠웨이트전이 실전이다. 박주영(아스널)이 가세하면서 공격라인의 밑그림은 완성됐다. 그동안 박주영과 엇박자를 냈다. 탈출구는 하나 뿐이다. 한국 축구가 살기위해서는 상생해야 한다. 그래야 빛을 볼 수 있다.
이동국은 새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19일 최강희호의 출항에 앞서 "예전에 A대표팀에서 부진했던 일들은 잊고 새 출발을 하겠다. 쿠웨이트전은 물러설 수 없는 경기다. 화끈한 승리로 최종예선에 진출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며 "큰 부담은 없다. 대표팀의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끼고 경기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결전이 임박했다. 이동국의 명예회복은 쿠웨이트전의 활약에 달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