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부터 스포츠조선에 게재한 칼럼이 이번 주로 300회가 됐다. 그동안 관심을 갖고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다.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정리하는 걸 즐기다가 우연히 시작하게 된 이 칼럼은 한-일 야구관계자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엄두도 못냈을 일이다. 야구장에서 만나면 항상 반가운 표정으로 응대해주는 각 구단의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 구단관계자들의 존재가 '300'이라는 숫자를 쌓아올릴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특히 2008년에 야쿠트트에 입단한 임창용과 히어로즈에 들어간 다카쓰 신고, 2009년에 SK에서 입단해 3년간 한국에서 뛰었던 카도쿠라 켄, 그리고 2010년 LG에서 뛴 오카모토 신야까지 색다른 4명의 투수들은 투수에 관한 기술과 심리를 많이 가르쳐줬다.
그 중에서 생각나는 칼럼은 작년 5월17일자 신문에 게재된 '실책 많은 삼성 야수진을 보는 카도쿠라의 눈'이다. 그 무렵 삼성은 타선의 부진에다 야수 실책들이 이어지면서 부진에 빠져 있었다. 카도쿠라는 이 와중에 좋은 피칭을 하고도 성적을 내지 못하는 일이 되풀이됐다. 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카도쿠라는 야수 중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선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 칼럼에서 "그것이 김상수가 될지, 박석민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선수가 될지 모르겠지만 누구든 팀을 이끄는 선수와 같이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카도쿠라의 말을 전했었다.
카도쿠라는 그로부터 하루 뒤인 5월18일, 한-일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완봉승으로 기록을 장식한 카도쿠라는 그 다음날 필자에게 연락을 해왔다. "무로이씨의 칼럼을 본 박석민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서 같이 저녁식사를 하자는 제안을 해왔습니다. 그 칼럼 이후 삼성 선수들에게서 변화가 보입니다. 삼성은 앞으로 더 강해질 것 같아요."
100승을 달성한 다음날 박석민은 카도쿠라에게 100송이의 장미 꽃바구니를 선사하고 남은 기간의 선전을 약속했다. 그 만찬 직전에 벌어진 경기에서 박석민은 홈런 1개와 끝내기안타를 터뜨리며 대활약을 펼쳤다. 박석민은 카도쿠라보다 12년 후배지만 식사 대접을 하고 팀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고 한다. 당시 4위였던 삼성은 그 후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6월말 마침내 1위 자리에 올랐다.
칼럼은 항상 독자를 위해 써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날 만큼은 '독자'가 삼성 선수들이었고, 칼럼이 동기부여의 역할을 했다.
최근 캠프 취재차 방문한 오키나와에서도 삼성, SK, KIA, LG, 한화의 선수나 코칭스태프가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올해는 기존 임창용에다 오릭스의 이대호도 있다. 그들이 시즌에 들어가서 어떤 말을 해줄 지도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외국인이 한국어로 쓰는 칼럼이라는 점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겠지만 아무쪼록 앞으로도 애정을 갖고 읽어 주셨으면 한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