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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우-김두현-이근호,화려한 봄날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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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다 풀렸는데, 마음이 안풀렸다."

이동국(33·전북)은 지난달 SBS 토크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해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 몸만 풀다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던 심경을 이 한마디로 정리했다.

축구선수들은 늘 아프다. 부상을 달고 산다. 많이 뛸수록 많이 아프다. 신태용 성남일화 감독은 "그래도 선수라면 몸이 아픈 것이 차라리 낫다"고 했다. "몸이 아프지 않으면 마음이 아프다"는 것이다. 뛰면 몸이 아프지만, 못 뛰면 마음이 아프다. 대한민국 모든 축구선수의 로망인 A대표팀은 병도 주고 약도 준다. 2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전은 A대표팀을 오가며 맺힌 가슴속 응어리를 조금이나마 내려놓는 '한풀이' 매치가 됐다. 이동국과 나란히 2골을 기록한 김치우(28·상주상무), 이동국의 2골을 도운 김두현(30·경찰청)과 이근호(27·울산), 한때 '대표팀 트라우마'에 시달린 세 선수가 함께 날아올랐다. '화려했던 과거'를 '눈부신 현재'로 되돌렸다.

▶김치우 2년10개월만의 골맛 '왼발은 살아있다'

김치우는 무려 2년 10개월만에 A대표팀에서 골맛을 봤다. 그것도 멀티골이다. 교체 투입 직후인 후반 1분 회심의 헤딩골로 포문을 열더니 후반 46분 프리킥 찬스에선 "내가 차겠다"고 자청하고 나섰다. 왼발을 떠난 공은 날카롭게 휘어 골대 왼쪽 상단에 정확하게 꽂혔다. 2009년 4월1일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북한전 후반 43분 터진 환상의 '왼발 프리킥 결승골'과 정확히 닮은꼴이었다.

김치우는 2009년 3월28일 이라크 평가전의 데뷔골에 이어 나흘 후 열린 북한전에서 프리킥 결승골까지 터뜨리며 '허정무호의 해결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후 탈장 후유증 등 컨디션 난조로 남아공 엔트리에선 제외됐다. 2010년 FC서울이 우승컵을 들어올리자마자 상주상무에 입대한 김치우는 남몰래 칼을 갈았다. 전남 영암 전지훈련에서 모두가 한상운(26·성남)의 왼발을 주목할 때 "내 왼발도 한상운 못지 않다"며 자존심을 세웠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김치우 이야기가 나오자 기분좋게 웃었다. '왼발의 달인' 한상운, 김치우를 놓고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다.

▶김두현 1년반만의 태극마크 '빛나는 풀타임'

김두현은 이날 공격라인에서 유일하게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최강희호의 키플레이어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김두현의 과거는 화려했다. 2001년 K-리그 수원 삼성에서 프로 경력을 시작했고, 2008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웨스트브로미치에서 활약했다. 2003년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고, A매치 60경기에서 11골을 기록한 백전노장이다. 하지만 2010년 8월 이란전(0대1패) 이후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초, 27세를 훌쩍 넘긴 나이탓에 상무가 아닌 경찰청에 입대했다. 1년6개월만에 돌아온 김두현의 태극마크는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날선 패스도, 경기 감각도 여전했다. 전반 19분 이동국의 선제골을 도왔고, 후반 46분 김치우의 프리킥골을 유도했다. 경기 직후 자신의 상처를 솔직히 털어놨다. "나는 (이)동국이 형과 같이 A대표팀에서 설움을 많이 겪었다. 그래서 그런지 동국이형 골이 내 골처럼 기쁘더라"고 했다.

▶이 악문 이근호 '산소탱크'로 거듭나다

금빛으로 머리를 물들인 이근호는 전반 45분 동안 오른쪽 윙어로 나섰다. 이동국의 선제골은 문전에서 김두현에게 살짝 떨궈준 이근호의 센스있는 패스에서 시작됐다. 이동국의 추가골은 직접 어시스트했다. 사력을 다해 뛰었다. "후반 교체를 예상했기 때문에 전반 45분에 모든 힘을 쏟았다"고 했다. 마무리에서 아쉬운 장면도 눈에 띄었지만 팀 공헌도와 활동량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주전이든 백업이든 그저 경기 뛰는 것이 재밌다"던 말 그대로였다. 인상적인 장면에는 어김없이 이근호가 있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축구팬들이 "이근호!"를 연호했다.

이근호는 남아공월드컵 예선에서 맹활약하고도 최종 엔트리에서 마지막에 제외되는 불운을 겪었다. 지난 3월 25일 온두라스전, 6개월만에 재입성한 대표팀에서 2년만에 부활포를 쏘아올렸고 지난해 11월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아랍에미리트 원정에서 선제골을 터뜨리며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최강희호 1기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대표팀 울렁증'을 완전히 떨쳐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