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형과 오지환이 분발할 필요가 있다."
LG 김기태 감독은 칭찬에 인색하지 않다. 이따금씩 잘하는 선수를 치켜세워 기를 북돋아주고, 동시에 다른 이들에게 자극을 준다. 반면 부족한 선수를 꼬집어 말하는 일은 드물다. 괜히 선수를 기죽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김 감독이 이례적으로 두 선수의 이름을 언급했다. 바로 이대형과 오지환이다.
이대형과 오지환은 지난 22일 일본 오키나와 나하구장에서 열린 요미우리와의 연습경기서 나란히 선발 출전했다. 이대형은 1번-중견수, 오지환은 8번-유격수, 모두 제 자리였다. 이날 경기부터 본격적으로 주전급 선수들이 기용됐지만, 사실 이대형과 오지환은 지난 11일 주니치전부터 출전해왔다. 가능성있는 선수들을 테스트하는 자리였지만, 둘은 달랐다. 김 감독은 당시 "이대형과 오지환은 다른 포지션 선수들에 비해 변화가 크다. 실전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경험도 많이 쌓아야한다"고 설명했다.
이대형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김무관 타격코치의 지도에 따라 타격폼을 대폭 수정해왔다. 스윙이 끝나기도 전에 몸이 먼저 1루로 향하는 나쁜 습관을 바로 잡기 위해 고무밴드로 오른 어깨를 묶고 타격훈련을 진행했다. 그간 연습경기에서는 지명타자로 나서 오로지 타격만 점검받았다. 오지환의 경우엔 유격수다운 태가 나도록 강훈련을 시켰다.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 경험을 쌓게 해 부족한 수비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자 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이대형은 4타수 무안타, 오지환은 2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특히 타석에서 끈질김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대형은 4타석 모두 4구 이내에 삼진과 내야땅볼로 물러났다. 1번 타자로서 상대 투수를 괴롭히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오지환 역시 첫 타석에서 7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넷을 얻어낸 것을 제외하곤, 나머지 두 타석 모두 삼진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수비에 집중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 방망이론 안된다. LG가 오지환이 주전 유격수로 성장하길 바라는 이유는 타선의 짜임새 극대화를 위해서기 때문이다.
둘은 지난 19일 야쿠르트전을 제외하고 나란히 6경기에 출전했다. 이대형은 21타수 5안타, 오지환은 14타수 2안타로 부진했다. 그동안 보여준 모습도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이날마저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경종을 울렸다. 앞으로 둘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