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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혜은 "섹시한 샤론스톤, 나와 자꾸 멀어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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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은(39)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여사장 역을 맡아 강한 인상을 남겼다. 남자들과의 기싸움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주연 배우 최민식과는 머리끄덩이를 잡고 몸싸움까지 했다. 몸을 사리지 않는 거친 연기, 여배우들에겐 쉽지 않다. 서울대 성악과 졸업, 기상캐스터 출신이란 반듯한 이력을 갖고 있는 김혜은에겐 더욱 그랬다.

"많이 힘들었어요. 출연을 결정하기 전에도 마음 먹기가 쉽지 않았고, 마음을 먹고 나서도 그랬어요. 영화 속 그녀가 되는 과정이 힘들었거든요. 제가 사실 '범생'처럼 살아와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삶을 표현해내는 것이 어려웠죠."

처음엔 '원조 섹시 스타' 샤론 스톤을 '스승'으로 삼으려 했다.

"샤론 스톤의 영화를 통해 그 배우의 이미지와 생김새를 계속 봤어요. 그런데 보면 볼수록 샤론 스톤은 저와 멀어지는 거예요. 저는 그렇게 예쁘고 섹시하지 않았어요. 예쁘고 섹시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영화 속 캐릭터의 삶에 온전히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겉으로 보이는 것에 대한 걸 다 내려놓고 가기로 했어요."

극 중 캐릭터에 대한 고민은 지인의 소개로 실제 화류계에 종사했던 사람을 만나면서 해결됐다.

"가장 비슷한 인물을 찾아서 친해지면서 조금씩 캐릭터에 가까워졌죠. 그 언니의 삶을 듣고 제스처 하나하나를 봤어요. 흔히 생각하는 '음란하다, 음탕하다'는 느낌이 아니라 굉장히 삶을 치열하게 사는 모습을 발견했어요."

잘 나가는 기상 캐스터였던 김혜은은 지난 2007년 드라마 '아현동 마님'을 통해 본격적으로 배우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비전이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다.

"2004년에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 카메오 출연 제의가 들어왔어요. 처음엔 남들 앞에 부끄러운 것이 싫어서 연기 수업을 받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원래 1회만 나가기로 했었는데 6회까지 분량이 늘어났어요."

배우로서 자리잡는 데는 든든한 지원군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남편과 딸이다. 김혜은은 지난 2000년 결혼했다. "이번 작품도 남편이 없었으면 불안해서 몰입하지 못했을 거예요. 딸은 장보러 가서 '우리 엄마 연기자거든요. 아세요?'라며 엄마를 굉장히 자랑스러워해요."

'진짜 배우'가 된 김혜은은 연기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고 했다.

"연기를 할 때 뭔가 확 터지는 게 있어요. '일을 하면서도 이렇게 솔직하게 내 안의 감정을 표현할 있구나'란 생각이 들죠. 그리고 연기는 거짓말을 못하잖아요. 거짓으로 연기를 하면 관객들이 금세 아니까요. 그런 매력이 있어요."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