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전도사 최훈의 재미있는 와인 이야기
'밋밋한 와인, 질 낮은 와인'
일반적으로 와인의 질(質)은 여러 단계로 표현할 수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 '질 좋은 와인'과 '질 낮은 와인'으로 단순 구분하는게 보통이다.
우선 질 좋은 레드 와인은 색상, 향, 맛 부터가 다르다. 한마디로 사람의 오감(五感)을 즐겁게 해준다. 따스한 느낌의 발그스레하면서도 깊이 있는 색조(cast)를 띠는가 하면 상쾌하고도 기분 좋은 향을 발산한다. 아울러 딱히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오묘하고도 우아한 복합 미까지 던져준다.
반면 질이 낮은 와인은 우선 색상부터가 밝지 못하다. 퇴색한 느낌의 색조와 함께 탄력과 밀도를 느낄 수 없는 밋밋한 질감, 심지어 맥 빠진 느낌마저 들게 한다. 뿐만 아니라 목을 타고 넘어갈 때 전해오는 여운이나 뒤끝(finish) 또한 별반 느껴지지 않는다. 흔히들 이 같은 와인을 '조악한 와인'(coarse wine)'질 낮은 와인'(poor quality wine, lean wine)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질 낮은 와인이 빚어지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빗물, 해수 등이 침윤된 평지의 포도밭에서 수확한 조악한 포도로 와인을 빚은 경우가 그러하다. 아울러 위도, 또는 기후 여건으로 말미암아 당이 부족한 포도를 썼을 때, 특히 설탕을 지나치게 첨가한 경우도 그렇다. 또한 와인메이커의 자질과 경험 부족으로 인해 와인의 산도 등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했을 때 역시 조악한 와인을 얻게 된다. 오크통 또한 와인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와인 숙성 시 좋지 못한 중고 오크통을 되풀이해서 사용할 경우 질 낮은 와인을 생산케 되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유념할 일이 있다. 초청자와 더불어 와인을 고를 때 의외로 질이 좋지 못한 와인을 만날 수가 있다. 이때 '조악한 와인'이라고 혹평을 늘어놓는 다면 이는 초청자에 대한 결례가 된다. 이럴 경우 상대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마실 만 한 와인'(acceptable wine)이라고 수식어를 달리할 필요가 있다. 와인 문화에서는 무엇보다도 '에티켓'을 소중한 가치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글·최훈(보르도와인아카데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