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선발카드? 단순한 시험등판?
KIA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모범생'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김진우는 올시즌 과연 어떤 보직을 맡게 될까. 지난 7일(한국시각) KIA가 스프링캠프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홍백전에 김진우가 선발로 등판하면서 올시즌 어떻게 쓰이게 될 지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진우는 이날 애리조나 서프라이즈 '캔자스시티 로얄스 콤플렉스'에서 열린 자체 홍백전에 백팀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성적 자체는 좋지 않았다. 2이닝 동안 14명의 타자를 상대로 안타 7개와 볼넷 1개를 내주고 삼진 1개를 빼앗으면서 4실점(4자책) 했다. 이번 등판은 그간 훈련을 통해 가다듬은 밸런스와 투구감각 등을 실제 타자를 상대로 시험하는 무대다.
그래서 기록 이면에 나타난 투구 내용과 등판 의미를 유추해봐야 한다. 우선은 기록의 이면에 나타난 투구 내용. 김진우는 이날 총 49개의 공을 던졌다. 그간 애리조나 캠프에서 5차례의 불펜 피칭을 한 김진우의 평균 투구수에 해당한다. 이번 등판이 역시 불펜 투구의 연장선상에 있었다는 의미다.
또한 직구는 142㎞~146㎞대에 형성됐다. 커브(118㎞~125㎞)와 체인지업(130㎞~137㎞)도 던지긴 했지만, 이날의 메인테마는 역시 직구였다. 우완 정통파 김진우의 최대 무기는 역시 직구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김진우와 같은 유형의 투수는 직구가 기본적으로 완성됐을 때 커브나 체인지업의 위력도 한층 더 살아난다. 그래서 캠프기간 내내 선동열 감독과 김진우는 투구밸런스를 잡는 것과 동시에 직구의 부활에 치중했다. 2월초순에 직구 최고구속이 140㎞ 중반에 형성됐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때문에 경기 후 선 감독도 "밸런스는 괜찮았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러한 사실에서 김진우의 홍백전 선발등판 의미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일단은 불펜투구와는 다른 환경에서 던지게 함으로써 그간의 훈련 성과를 시험해본 것이라고 봐야한다. 이날 홍백팀 통틀어 마운드에 오른 6명(김진우 진해수 홍건희 박경태 박지훈 오준형)은 모두 선 감독이 캠프를 통해 일정부분 기량발전이 있었다고 판단한 인물들이다. 불펜투구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실전 상황에서는 과연 어떻게 바뀔 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먼저 마운드에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김진우가 불펜이 아니라 선발로 나왔다는 점을 간과할 수도 없다. 올해 KIA는 윤석민과 서재응, 용병투수 2명에 추가로 1명의 선발요원을 찾고 있다. 좌완 양현종의 이탈로 인해 가장 유력한 후보는 같은 좌완인 박경태다. 그런 박경태가 이날 홍팀 선발로 나왔는데, 그 맞상대가 김진우였다. 이것은 김진우 역시 또다른 선발 후보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선 감독은 선발진에 왼손 2명(용병+국내선수)을 넣고 싶어한다. 그러나 기량이 떨어지는 왼손보다는 확실한 오른손이 좋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김진우가 선발 테스트를 받았다고 볼 수도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