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게 이끌려가고 있어요."
한때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코리안특급'에서 이제는 '한화맨'이 된 박찬호(39)가 처음으로 겪는 '정통 한국식 스프링캠프'에 푹 빠져들었다. 18살이나 어린 후배와 한 방에서 묶고, 동료들과 아침을 먹으면서 농담을 하고, 오전부터 야간까지는 함께 땀을 흘리면서 한국식 프로야구의 문화와 한화 구단 분위기에 젖어들고 있다. 본인 스스로도 "편안하고 재미있는 분위기에 이끌려가고 있다"며 만족스러워하는 눈치다.
28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 투산에 마련된 한화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박찬호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팀의 맏형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마치 오랫동안 한화에서 뛰었던 선수처럼 표나지 않게 녹아든 모습이다. 그러나 박찬호는 캠프 합류 이전까지 내심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한국식 스프링캠프의 스타일에 잘 적응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메이저리그 아시아선수 최다승을 거둔 대스타라도 새로운 환경이 걱정되고 두려운 마음은 신인과 마찬가지다.
"솔직히 걱정이 됐죠. '어려움을 겪게 되지는 않을까. 많이 낯설지는 않을까'하는 생각들이 많이 들더군요". 한 마디로 '낯설음'에 대한 걱정이 컸다는 뜻이다. 그러나 노련한 박찬호는 낯선 환경 속에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장점을 발견했다. 박찬호는 말했다. "역시 야구는 같더라고요. 미국식 스프링캠프에서는, 정해진 훈련 시간 이후에는 전부 각자 할 일을 한다. 함께 같은 방에 묶거나 개인으로 만나 친분은 나누는 일은 매우 드물다면"며 경험담을 밝혔다.
하지만, 한국식 스프링캠프는 지금까지 박찬호가 경험했던 캠프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전체 선수단이 두 달 가까이 합숙을 하고, 아침 저녁으로 함께 훈련을 진행한다. 코칭스태프는 세세하게 선수들의 동작을 체크하고 수정을 지시한다. 모든 면에 있어서 박찬호가 겪었던 모습과는 다르다. 그래도 프로 19년째인 박찬호는 이러한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박찬호는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가족적인 팀의 분위기에서 많은 힘을 얻게 된다. 어린 선수들과도 친하게 어울리면서 하나가 되는 느낌"이라고 한국식 캠프 분위기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찬호는 2009년 두산의 미야자키 캠프와 2010년 한화의 하와이캠프에 참가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 당시에는 순수한 '게스트'였을 뿐이다. 한국식 스프링캠프 분위기를 간접경험하긴 했지만, 완전히 그 안에 녹아든 것은 아니다. 박찬호는 "그래도 당시의 경험이 이번 캠프에 적응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그 당시 여러 후배들에게 충고를 했는데, 그때는 다소 피상적이었다면 지금은 더 절실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왜냐하면 이제는 내 충고를 들은 후배들이 잘해주면 그게 바로 나와 내 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투산(애리조나)=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