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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비' 김병현, '싱커' 정대현과 어떻게 비교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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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의 넥센 입단 덕분에 한국프로야구는 양질의 잠수함투수 자원을 추가하게 됐다.

프로야구 지도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아직까지는, 평균적으로 한국 타자들은 옆구리투수(언더핸드 혹은 사이드암)와 왼손투수에게 취약점이 있다."

한때 메이저리그의 슬러거들을 당황스러운 삼진으로 돌려세우곤 했던 투수다. 김병현이 어떤 몸상태를 지닌 채 돌아왔는 지를 검증하는 게 우선이겠지만, 근본 기량면에서 분명 남다른 무언가가 남아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프리스비 슬라이더

김병현은 99년 미국으로 진출할 때와 비교했을 때 지금은 언더핸드 보다는 사이드암에 가까운 폼으로 던지고 있다. 99년 5월30일 뉴욕 메츠 원정경기때 마이크 피아자를 삼진 처리할 때의 영상을 보면 팔스윙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낮은 곳에서 시작되는 게 확인된다.

빅리그 경력의 종반부라고 할 수 있는 말린스 시절, 김병현이 등판했을 때 현지 중계 화면에 김병현에 관한 스카우팅 리포트가 떴다.

86~90 MPH Fastball(시속 138㎞~145㎞의 직구).

Slider is like a frisbee(프리스비 같은 궤적의 슬라이더).

Submarine-style delivery(잠수함 스타일 투구).

김병현의 피칭 특징을 요약한 내용이었다. 빅리그 경력의 초반부에는 150㎞ 이상의 포심패스트볼을 던졌던 김병현은 말린스 시절에는 이미 평균 구속이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등, 어깨, 발목 등 여러 부상을 겪으며 피칭 밸런스에 영향을 받은 뒤였다.

프리스비는 아이들이 갖고 노는 플라스틱 원반을 말한다. 붕 떠오르다가 착 가라앉거나 마지막에 옆으로 휙 달아나는 비행 궤적이 원반의 특징. 김병현의 프리스비 슬라이더는 메이저리그가 공인한 명품 변화구였다. 왼손 타자가 헛스윙을 한 뒤에 공이 급격하게 꺾여 타자 몸을 맞히는 사례도 있었다.

잠수함 스타일은 역시나 메이저리그에선 드문 케이스였다. 지난 2002년 왼손 잠수함투수 마이크 마이어스와 오른손의 김병현이 애리조나 불펜에서 함께 활약하는 진귀한 장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싱커볼러 정대현과 김병현

본격적으로 시즌이 시작되면 김병현은 결국 롯데 정대현과 비교되는 일이 잦아질 것이다. 물론 전성기 시절의 김병현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빅리그 선발 통산 방어율(5.07)이 불펜 방어율(3.58)에 비해 나쁘지만 어쨌거나 선발로서도 87경기나 뛴 경력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 공이 아니다. 결국 정대현급 이상이냐 아니냐를 놓고 국내 전문가들의 판단이 개입될 것이다.

정대현은 누구나 공인하는 국내 최고 잠수함투수다. 불펜 전문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지만, 제구력과 변화구 위력, 경험 등을 고려하면 최고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다. 정대현은 10년전과 비교하면 릴리스포인트가 다소 높아졌지만, 김병현에 비하면 여전히 정통 언더핸드에 훨씬 가까운 편이다.

정대현은 대표적인 싱커볼러다. 각 구단 전력분석원들에게 의뢰해보면, 팬들이 직구라고 생각하는 공도 궁극적으로는 싱커의 일종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구속과 꺾이는 각의 차이가 있을 뿐, 그가 던지는 공의 상당 비율이 싱커라는 것이다. 하드싱커는 아니지만 위력적이다. 정대현의 싱커는 시속 120㎞~135㎞ 사이를 오가며 형성된다.

바로 이 싱커가 김병현에게도 필요한 무기다.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부터 김병현은 늘 체인지업과 싱커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왼손타자의 바깥쪽으로 휘며 떨어지는 구질에 대한 필요성은, 잠수함투수에겐 절실하다. 김병현은 미국에서 오른손타자 상대 피안타율 2할2푼1리, 왼손타자 상대 피안타율 2할7푼4리를 기록했다.

1년전 라쿠텐의 스프링캠프때 '김병현의 싱커 장착 여부가 성공의 열쇠다. 70년대 싱커를 앞세워 일본 최고 잠수함투수로 이름을 떨친 야마다 히사시 인스트럭터가 라쿠텐 캠프에서 김병현에게 싱커를 직접 지도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역으로 말하면, 자꾸 이같은 얘기가 나온다는 건 기존의 김병현이 갖고 있는 싱커가 완성형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나 과거에 비해 직구 구속이 떨어진 상황이기에 더더욱 싱커를 예리하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공교롭게도 둘은 동기생이다. 한쪽은 대학 재학중 메이저리그로 건너가 초반 5년간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다른 한쪽은 처음엔 조용히 이름을 알렸지만, 10여년이 지난 뒤 메이저리그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저력을 쌓았다. 스타일이 약간 다르지만 올해 여러 면에서 두 투수의 피칭이 대비될 전망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