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의 스즈키 이치로가 자신의 메이저리그 경력의 99%를 차지하는 톱타자 자리를 양보해야할 상황에 놓였다.
시애틀의 에릭 웨지 감독은 27일(한국시각) ESPN을 통해 "타선 짜임새를 높이기 위해 이치로의 타순 변경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치로 대신 유망주인 더스틴 애클리를 새로운 1번 타자로 세울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이치로는 2번 혹은 3번을 치게 될 전망이다.
프로야구에서 타순 변경은, 그 자체로서 놀라운 소식은 아니다. 하지만 그 대상이 이치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본 오릭스 블루웨이브에서 뛰다가 2001년 시애틀로 이적한 이치로는 11시즌 동안 최고의 톱타자로 활약해왔다.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통산 8060타석(7456타수)에 들어선 이치로는 그중 7982타석(7388타수)을 1번 타자로 뛰었다. 개인통산 1749게임을 뛰는 동안 1번에 서지 않았던 건 겨우 78타석 뿐이다.
통산 타석수의 99% 이상을 1번 타순에 섰다. 그만큼 '이치로=톱타자'라는 공식은 당연한 것이었다. 1번 외에 가장 많이 서본 타순은 3번으로 56타석이었다. 이치로가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하게 경험하지 못한 타순은 4번이다.
이치로가 톱타자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생긴 건, 아무래도 성적 부진과 연관돼 보인다. 빅리그 데뷔후 무려 10년 연속으로 매해 200안타 이상을 기록한 이치로는 지난해 184개에 그치면서 연속 기록이 중단됐다. 지난해 타율도 2할7푼2리에 그쳐 빅리그 데뷔후 가장 나쁜 기록이었다.
이치로의 타순 변경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웨지 감독이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치로가 팀 사정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이치로의 톱타자로서의 경력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