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을 경질하더니, 대한축구협회가 이번에는 회계담당 직원의 해고를 둘러싼 의혹으로 궁지에 몰렸다. 조 감독을 내보낼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축구협회는 우왕좌왕 설득력 있는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기인 축구의 본산 축구협회에서 왜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이어지는 걸까.
축구협회 집행부의 무능과 폐쇄성, 소통부재가 주 원인이다.
축구협회 안팎에서는 한해 예산이 1000억원에 이르는 축구협회 조직을 끌어갈 인재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몽준 명예회장이 2009년 협회장에서 물러난 후 축구협회는 축구인들이 중심이 돼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10여년 간 축구협회를 이끌어온 가삼현 사무총장 등이 현대중공업으로 복귀하면서 생긴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하고 있다. 국제업무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에서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업무 역량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축구협회는 조 감독 경질 직후 외국인 지도자를 영입하겠다고 나섰다가 말을 바꿨다. 최강희 감독을 설득해 대표팀 지휘봉을 맡긴 이후 축구협회는 앞서 언급한 외국인 지도자가 넬로 빙가다 전 FC서울 감독이었다고 밝혔다. 빙가다 감독을 무작정 폄하할 수는 없겠지만, 국제적인 지명도가 있는 지도자를 생각했던 축구인들은 축구협회 능력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번에 불거진 축구협회 직원의 기프트 카드 문제도 축구협회 행정 책임자들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무능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정 명예회장조차 전문가가 필요한 영역은 축구인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조중연 회장과 김진국 전무, 이회택 부회장, 노흥석 부회장 등 현 축구협회 집행부는 60대 축구인으로 구성돼 있다. 언제부터인가 집행부가 그들만의 이너서클로 비쳐지고 있다. 축구협회 일각에서는 축구인 출신 현 집행부의 폐쇄성, 소통 부재를 끊임없이 이야기 한다.
지난해 축구협회는 한 컨설팅 전문 업체에 1억원이 넘는 돈을 주고 경영진단을 받았다. 이 업체는 6개월 간의 조사를 거쳐 지난해 말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우리 조직의 현실을 모른다"며 반영하지 않았다고 한다. 축구협회 직원들 조차 집행부가 건설적인 의견, 충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친목모임이 되어버린 집행부, 소통이 없는 조직에서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