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의 신' 주세혁(32·삼성생명, 세계랭킹 8위)이 '세계 챔피언' 장지커(중국, 세계랭킹 2위)를 완파했다.
21일 새벽(한국시각)펼쳐진 국제탁구연맹(ITTF) 헝가리오픈 남자단식 8강에서 주세혁은 장지커를 4대0 (11-5, 11-7, 11-7, 11-4)으로 돌려세웠다. 장지커는 지난해 로테르담 세계선수권에서 왕하오를 4대2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마롱(세계 1위), 왕하오(세계 3위)와 함께 세계 탁구계를 쥐락펴락하는 중국 최고의 에이스다.
지난해 11월 파리월드컵 준결승에서 주세혁은 장지커에게 0대4로 패하며 결승행이 좌절됐었다. 그날의 패배를 깨끗이 되갚았다. 런던올림픽의 해, 첫 프로투어 대회에서 만리장성을 거뜬히 넘고 4강에 오르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 연말 한국인삼공사에서 갑작스럽게 해고된 오상은(35)과 어깨 부상으로 재활중인 유승민(30)이 불참한 가운데 베테랑으로서 나홀로 출전, 한국 남자탁구의 자존심을 세웠다. 주세혁은 지난해 11월 월드팀컵(단체전) 남자부 준우승, 파리월드컵 남자단식 3위에 이어 기분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오상은과 함께 런던행이 일찌감치 확정된 주세혁은 1월 초 국가대표 선발전 기간동안 남몰래 몸만들기에 열중했다. 소속팀 감독인 강문수 삼성생명 총감독은 "지난해 최강전과 전국종합선수권 이후 체력 안배를 잘한 것이 효과를 본 것 같다"고 했다. "세혁이는 세계 최고의 수비수로 기술은 정점에 도달해 있다. 늘 체력이 관건이다. 올림픽 때까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대표팀과 일정을 잘 조율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내 톱랭커인 주세혁의 ITTF 1월 랭킹은 세계 8위다. 세계 2위 장지커를 꺾으며 2월 랭킹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올림픽 단체전은 물론 개인전 시드 배정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1월 기준 랭킹 10위 이내의 비중국권 선수는 티모 볼(4위), 주세혁(8위), 미즈타니 준(9위), 디미트리히 옵차로프(10위) 등 4명이다. 강 감독은 "주세혁이 향후 오픈대회에서 계속 선전할 경우 중국 선수 2명이 1-2번 시드, 티모 볼, 주세혁이 3-4번 시드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밝혔다. 미즈타니 준 등의 추격을 뿌리치고 4번 시드를 배정받을 경우 메달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다. 주세혁의 랭킹 상승은 동료들에게도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반 랭킹 상승으로 대표팀이 단체전 2번 시드를 확보하는 데 큰 힘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세혁은 21일 밤 아드리안 크리산(루마니아, 세계 34위)와의 준결승전에 나선다. 이 경기에 승리할 경우 마롱(중국, 세계 1위)-쉬신(중국, 세계 5위)전 승자와 새해 첫 단식 패권을 다투게 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