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의 '반전드라마'는 새해에 접어들어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해 11월 FA로 풀린 이택근을 역대 2번째 초대박 계약인 4년간 총 50억원에 영입하면서 야구계를 깜짝 놀래킨 넥센이 18일 메이저리거였던 김병현과 총 16억원을 주고 전격 입단 계약을 체결, 또 한번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넥센은 최근 팀과의 불화로 인해 이적을 요구했던 KIA 최희섭과 영입 단계까지 이르는 등 어느새 야구계의 '큰 손'으로 자리잡았다. 금액도 금액이려거니와 모기업 없이 네이밍 마케팅으로 구단을 꾸려가면서 매 시즌 유망주를 팔아 연명한다는 비난에서 벗어나, 좋은 성적을 위해선 기꺼이 투자할 수 있다는 구단의 진정성을 확인시키는 계기도 됐다.
김병현은 지난 2007년 플로리다를 끝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제대로 뛰지 못하다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으로 이적하면서 재기를 노려왔다. 하지만 구단과의 마찰로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미국으로의 복귀 혹은 한국 프로야구로의 진출이 점쳐졌다.
하지만 김병현이 고국땅을 밟는데 가장 큰 변수는 지난 2007년 해외파 특별지명에 의해 넥센의 전신인 현대에 지명됐다는 점이었다. 즉 한국 프로야구에 뛰기 위해선 무조건 넥센으로 입단해야 한다는 것. 넥센은 자신의 고향팀(KIA)도 아닌데다, 지난해 중반까지도 좋은 선수를 영입하기는 커녕 다른 팀으로 넘기는 전형적인 '팜 시스템 구단'이었다. 현실적으로 난관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말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자신과 함께 메이저리그에서 한 획을 그었던 박찬호가 일본을 떠나 고향팀인 한화의 품에 안겼고, 대표적인 해외파인 이승엽도 9년만에 다시 한국으로 복귀했다. 한국 프로야구가 WBC와 베이징올림픽 이후 르네상스를 맞으며 인기를 회복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택근 영입에서 보듯 넥센의 태도가 수세에서 공세로 바뀌며,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김병현의 한국 진출에 가장 큰 기폭제가 됐다.
넥센 이장석 대표도 김병현의 영입에 적극적이었다. 이 대표는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그동안 자금 여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지 김병현의 영입에는 늘 관심이 컸다. 그래서 지난해 일본 라쿠텐에서 있을 때도 지속적으로 몸 상태를 체크했고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선수 최초로 월드시리즈 무대에 나서서 뉴욕 양키스를 상대했던 김병현의 경기 장면은 결코 잊을 수 없었다. 한국 야구사에 길이 남는 선수인데, 이대로 잊혀지는 것은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한국 야구와 팬들을 위해 뛰어줄 것을 설득한 것이 주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그동안 선수로서 공백이 많았기에, 당장 올해 성적에 대해선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팀 전체적으로 유무형의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넥센이 '큰 손'이 됐다는 평가에 대해 이 대표는 "이택근이나 김병현은 당연히 우리팀으로 데려왔어야 할 선수였기 때문이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 것은 아니다. 그럴 능력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병현이 제 기량만 펼쳐준다면 성적도 좋아지는데다, 김병현의 투구를 보기 위해 목동구장을 찾는 팬들이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메이저리거로서의 산 경험을 전해줄 경우 젊은피 위주의 넥센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게다가 올 시즌이 끝나면 김병현을 다른 팀으로 보낼 수도 있다. 훌륭한 트레이드 카드를 손에 쥔 것이다. 적지 않은 투자를 한 넥센으로서도 결코 밑지는 장사를 하지 않은 셈이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