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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문외한들이 주무르는 K-리그,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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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외부의 시선이 신선하고 날카로울 수 있다. 하지만 K-리그는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

오랜 숙원인 승강제는 첫 단추부터 비뚤어졌다. 축구 문외한들이 주무르는 프로축구판에 과연 희망이 있을까.

6개 시도민구단(강원, 경남, 광주, 대전, 대구, 인천)이 K-리그를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프로축구연맹은 이들의 논리에 대안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 충돌이 무서워 결국 꼬리를 내렸다. 특수팀인 상주 상무를 제외한 9개 기업구단들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우리가 아닌 '나'의 덫에 걸려 따로 놀았다. 연맹 집행부가 각개격파식으로 설득하자 대부분이 투항했다.

공들여 만든 작품인 '12+4(1부 리그 12개팀, 4개팀 강등) 승강제'는 꽃도 피우기 전에 시들었다. 올해 '14+2(1부 리그 14개팀·2개팀 강등)'에 이어 내년 두 팀을 더 강등시켜 1부 리그를 12개팀 체제로 운영하겠다고 하지만 현실이 될 지는 미지수다. 올해까지 2부 리그를 구축하지 못하면 강등제는 없는 일이 된다. 한국 축구 토양상 쉽지 않다.

'14+2'를 관철시킨 시도민구단 대표들의 면면을 보면 더 우울하다. 전형두 경남 사장을 제외하고 5개 시도민구단의 사장-단장들은 K-리그를 접한 지 1년 안팎인 '축구 신인'들이다. 전 사장의 경우 '12+4'의 정상적인 승강제 실시를 희망했다. 다수의 의견에 밀리자 16일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연맹 이사회는 지난해 11명(연맹 2명, 구단 5명, 대한축구협회 1명, 사외이사 3명)으로 축소됐다. 다섯 자리의 구단 몫 중 2명이 시민구단을 대표하고 있다.

시도민구단은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이들은 축구가 아닌 정치에 휘말린다. 구단주가 시장과 도지사여서 지자체 선거 결과에 따라 운명이 바뀐다. 2년 전 선거에서 지방 권력의 지형이 바뀌었다. 구단 사장-단장들도 물갈이 됐다. '낙하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제는 승강제의 후퇴도 낙하산 인사들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김광희 대전 사장과 박병모 광주 단장이 대표적인 강성 인사였다고 한다. 분위기를 이끌며 K-리그를 수렁에 빠뜨렸다. 김 사장과 박 단장은 각각 염홍철 대전시장, 강운태 광주시장 선거 캠프의 참모 출신이다. 축구보다 정치판에 더 가깝다. 지방 권력이 교체되면 떠나야 할 인물들이다.

기업인 출신인 남종현 강원 사장은 입이었다. 총대를 매고 시도민구단의 입장을 거칠게 전달했다. 팀을 해체할 수 있다는 발언을 주저하지 않았다. K-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기업구단 사장-단장들은 이들의 노련한 정치력에 맥을 못 췄다.

중간지대에서 묵묵히 땀을 흘리고 있는 시도민구단의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들도 작금의 현실에 씁쓸해하고 있다. 한 시민구단의 관계자는 "지역지 기자들이 잔류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아니냐는 축하인사를 건낼 때 기분이 찜찜하더라. 축구를 1~2년하고 그만둘 것이 아닌데 구단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지만 축구를 생각해선 결코 좋은 일도 아니다. 이중적인 생각이 들었다"며 안타까워했다.

K-리그는 승부조작으로 위상이 추락했다. 탈출구가 강등제였지만, 기회를 또 허공으로 날려버렸다. K-리그의 미래는 암울하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