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가 아직 가시지 않은 겨울날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엄태웅을 만났다. KBS2 '해피선데이-1박2일'(이하 1박2일) 속 장난기 가득한 모습을 상상했지만, 예상이 빗나갔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앉은 엄태웅에게선 영화배우로서의 '포스'가 철철 넘쳤다. 물론 '예능인'으로서의 유쾌한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배우로서 무기? 필살기는 없지만…."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엄태웅에게 배우로서 자신만의 무기가 무엇인지 물었다. "처음 받는 질문"이라고 잠시 고민하던 그가 입을 뗐다.
"특별한 필살기는 없는 것 같아요. 얼굴이라든가 목소리라든가 개별적으로 하나하나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경계심 없이 둥글둥글하게 '사이 좋게 지내자'해서 같이 가는 거라고 할까요? "
작품 선택에 있어서도 사람을 가장 중시한다고 했다.
"작품을 끝낸 뒤에 결국 재밌고 마음이 기뻐지는 건 어떤 사람과 어떤 작품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 같아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재밌게 해나가는 것이 좋아요."
엄태웅은 18일 개봉하는 영화 '네버엔딩스토리'에 출연한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남녀의 사랑을 그린 영화. 정려원과 호흡을 맞췄다.
"이런 알콩달콩한 사랑을 하는 작품은 처음이었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멜로가 저한테 잘 맞는다기보다는 저한테 잘 맞는 멜로가 있는 거 같아요."
같은 날 개봉하는 친누나 엄정화의 영화 '댄싱퀸'과의 경쟁에 대해선 "누나와 저희가 1, 2등을 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정려원과의 결혼 선언, 사실은…."
엄태웅은 최근 '네버엔딩스토리'의 언론 시사회에서 "관객 250만명을 넘을 경우 정려원과 결혼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해 화제를 모았다.
"일단 250만 관객에 대한 강한 열망을 표현한 거라 할 수 있겠죠. 거기에 너무 재밌게 영화를 잘 찍었어요. 많이 친해지고 죽이 잘 맞았어요. 보통 여배우는 그런 얘기를 듣고 '왜 그래?'란 반응을 보였을 텐데 같이 맞장구를 쳐주고 하니까 재밌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일단 250만이 된 후에 어떻게 할지 생각해봐야죠.(웃음)"
올해로 38세가 됐다. 결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나이. '순둥이', '엄포스' 등 다양한 별명으로 불리며 많은 여성팬을 확보하고 있는 그가 왜 아직 혼자일까?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죠.(웃음) 그냥 저와 재밌게 살 수 있고 가족들과 잘 융화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저만 좋고 둘만 행복하다고 되는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전성기? 더 가봐야죠."
데뷔 이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1박2일'을 통해선 친근한 삼촌 같은 이미지로 어필하고 있고, 배우로선 관객들에게 믿음을 주는 주연 연기자로 인정 받고 있다.
"다음엔 느와르 영화를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말한 엄태웅은 "지금이 전성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더 가봐야죠. 시간이 지나봐야 알 거 같아요. 지금이 전성기라고 생각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요."
엄정화가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동생이 자신보다 수입이 더 많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생각을 밝혔다. "작년에 '1박2일' 때문에 CF를 좀 찍어서 그래요. 괜히 세무조사 나오게, 하하."
'1박2일'을 통해 2주마다 한 번씩 전국 각지로 여행을 떠나는 엄태웅은 의외로 "여행을 가는 것"이 새해 목표라고 했다.
"물론 그 여행도 여행이지만 정말 쉬는 여행을 갔다 왔으면 좋겠어요. 또 작년처럼 재밌게 일하고 좋은 작품을 만났으면 좋겠고요."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