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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작이라는 롯데 연봉협상, 문제는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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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15일 미계약자로 마지막까지 남았던 손아섭과 재계약을 하며 연봉 재계약 대상자 63명과의 계약을 모두 마쳤다. 매년 연봉협상에서 진통을 겪어왔던 롯데가 이번 겨울은 비교적 조용히 협상을 끝낸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많은 선수들에게 후한 연봉을 안기며 "롯데가 달라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성공적이라는 롯데의 연봉협상, 하지만 그 과정에 아쉬운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협상? 통보?

롯데는 이번 연봉협상을 앞두고 이문한 부장을 운영팀장으로 영입했다. 또 운영팀의 연봉협상 실무자도 교체했다. 연봉협상의 분위기 자체가 달라질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연봉협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구단 제시액보다 많은 돈을 받은 선수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이 부장은 "구단이 처음 제시한 금액에서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 공약을 지켰다. 구단이 고과자료를 정밀 분석,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바뀔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이 부장은 "선수가 구단을 신뢰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엄밀히 협상이라고 할 수 없다. 한 선수는 "이게 협상인가. 통보인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연봉협상에 선수가 직접 나서는 특성상 '선수들이 생각하는 인상, 차감 기준은 정확하지 않다. 구단이 책정하는게 정확하다'는 것이 구단의 입장이지만 선수들의 생각은 다르다. 협상을 통한 인상의 여지가 있어야 선수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게 대부분 선수들의 생각이다. 실제로 몇몇 선수들은 "우리를 설득시킬 자료를 준비해오면 연봉을 올려주겠다"는 말을 듣고 이것저것 자료를 준비해 제출했고 협상 담당자로부터 "우리도 공감한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돌아온 건 "그래도 돈은 올려줄 수 없다"는 답이었다.

▶제 식구는 잘 챙겼나?

롯데의 연봉협상이 순탄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주축선수들과의 연봉협상에서 잡음을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김주찬, 강민호에게 1억원 인상이라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물론 두 사람의 활약이 뛰어났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 롯데가 이렇게 큰 돈을 안긴 것은 FA 프리미엄 때문이다. 강민호의 경우 FA까지 2년이 남았지만 공격력을 갖춘 젊은 포수라는 매력 때문에 롯데 내부에서 "이번 연봉에 FA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 부장도 "FA를 앞둔 선수들에게 대우를 더 해주는 것은 모든 구단들의 방침"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 선수는"FA를 앞둔 선수들이라고 너무 챙겨주면 기존 선수들의 사기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작년 조성환 선배가 FA를 앞두고 계약을 할 때는 '우리 구단은 특별히 FA 프리미엄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는데 구단의 정확한 방침을 모르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 제 식구 챙기기에 소홀한 면이 있었다. FA로 거액을 안겨준 정대현, 이승호는 논외로 치더라도 SK로 돌아간 임 훈과 2차 드래프트에서 데려온 투수 김성배의 계약에 선수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임 훈은 SK로 돌아가기 전 롯데와 5000만원에서 3500만원이 오른 8500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93경기에 출전, 2할6푼6리의 타율에 홈런은 없었고 24타점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외야수인 이인구는 81경기에 출전, 타율 2할6푼7리 2홈런 14타점을 기록했다. 기록에서는 조금 처지지만 2군에 단 한 차례도 내려가지 않고 백업 외야수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인구의 연봉은 겨우 500만원 인상된 5000만원이었다. 구단은 "새로 영입한 선수에 대한 격려 차원이 있다. 그리고 SK의 고과대로 인상액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