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1위 루크 도널드(잉글랜드)는 "슬로우 플레이는 골프를 죽이는 행위"라고 했다. 프로 대회에서 늑장 플레이는 선수들의 집중력을 흐뜨러트리고, TV중계를 보는 팬,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를 피곤하게 만든다.
아마추어 골퍼라고 다르지 않다. 실제 골프 코스에서는 샷이 안돼 화가 나는 경우만큼이나 다른 이들의 늑장 플레이 때문에 속상한다. 느림보 동반자 때문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앞 조 골퍼의 '세월아, 네월아' 스윙에 속이 뒤집어진다. 성질급한 한국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남탓 하기전에 자신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가 혹시 늑장 플레이어?'
실제 늑장 플레이는 지적하기가 애매한 경우가 많다. 상대가 기분나빠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버릇으로 굳어버린다. 십수년을 늑장 플레이를 해도 한마디도 비난의 얘기를 듣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접대 골프 영향도 있고, 골프장에서는 최대한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예의라는 것을 누차 강조당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늑장 플레이어는 가면 갈수록 골프 친구 수가 줄어든다. 미국의 골프다이제스트가 최근 라운드를 망치는 늑장 플레이 진단 요령을 실었다.
▶동반자가 티샷을 하는데도 카트에서 기다리는가=동반자가 먼저 티샷을 하는데도 카트에서 기다리는 경우가 있다면 플레이가 늦어진다. 동반자가 샷을 할때는 미리 준비해야 플레이가 원활하게 이어질 수 있다.
▶동반자가 샷을 하고 페어웨이로 떠났는데도 잔디를 뜯어 날리며 바람의 방향을 고민하는가=이렇다면 심각한 늑장 플레이다. 샷을 하기전 이것 저것 고민하는 것은 좋지만 장고끝에 악수 둔다.
▶40m 떨어진 볼까지 다가가 라이를 살핀 뒤 다시 카트로 와서 클럽을 가져가는가=미리 2~3개의 클럽을 준비한 뒤 볼로 다가가면 훨씬 빠른 플레이가 가능하다. 때로는 캐디에게 클럽을 요구한 뒤 고민 끝에 클럽이 맞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 자리에 선 채 다른 클럽을 요구하는 '막가파 골퍼'도 있다. 동반자들의 플레이는 당연히 올스톱이다.
▶엄청나게 먼 거리가 남았는데도 클럽 선택을 놓고 고민하는가=한번에 올리지 못할 거리인 245야드 이상이 남아도 세컨드샷 클럽 선택을 놓고 고민하는 것은 정말 쓸데없다. 동반자들은 이럴 때 진짜 열받는다.
▶거리측정기를 사지도 않았는데도 동반자에게 거리를 끝임없이 묻는다면=동반자 중 거리측정기를 들고있는 이에게 자신의 모든 샷 거리를 불러 달라고 말한다면 이 또한 꼴불견임과 동시에 시간끌기 전형이다.
▶13m 넘는 롱퍼트를 위해 왔다 갔다를 반복한다면=정확한 라인보다도 거리 맞추기가 최우선인 상황. 그린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면 동반자들의 리듬은 왕창 무너진다. 라운드 후 뒷담화만 쏟아진다.
▶급기야 주위에서 비난이 쏟아진다면="제발 그린에서 나와요.", "이번엔 또 뭐냐", "내가본 사람중 최고의 늑장 골퍼"라는 얘기를 듣는다면 진짜 진짜 심각한 상황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