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각 구단 외국인선수들의 구성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요즘의 용병 현황을 보면 한가지 특징이 있다. 다른 팀에서 뛴 용병들의 이적이 활발하다는 것이다. 올 시즌의 경우 KIA 로페즈가 SK로 가고, SK 고든이 삼성으로 이적했다.
일본에서도 라미레스(요미우리→DeNA(전 요코하마)), 그레이싱어(요미우리→지바롯데), 페르난데스(세이부→라쿠텐) 등의 케이스가 있다. 또 한국, 일본, 대만을 오가는 추세도 계속된다.
자국리그내 다른 팀이나 아시아권에서 뛴 경험이 있는 용병은 적응에 대한 걱정이 적고, 실력 면에서도 실패할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 이외에도 그런 선수를 뽑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그것은 그 선수에 대해 예전부터 관심을 두고 있었던 케이스다.
야쿠르트의 오쿠무라 국제담당 과장은 "미국 트리플A 경기에 가면 한국 스카우트와 자주 만나요. 우리와 같은 선수를 보러 왔다는 뜻이죠"라고 했다. 작년까지 세이부에서 국제업무를 담당한 스즈키씨도 같은 말을 한다.
작년의 경우 한 선수를 놓고 한일간에 쟁탈전도 있었다고 삼성의 한 관계자는 말한다. "용병 타자가 필요해서 우린 결국 가코를 선택했는데 그 외에 또 한명 후보가 있었어요. 바로 야쿠르트에 입단한 발렌티엔입니다." 발렌티엔은 시즌 초반 호조를 보여 한때 야쿠르트가 1위를 달리게 하는데 공헌했고, 중반에는 부진에 빠졌지만 결국 홈런 31개로 홈런왕이 됐다. 발렌티엔의 활약을 본 삼성 관계자는 "발렌티엔이 우리 팀에 와도 잘 했을까요?"라며 웃었다. 만약 발렌티엔이 삼성에 갔다면 저마노와 매티스 중 한 명은 삼성과 인연을 맺지 못했을 것이다.
용병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는 실력 이외에 또 한가지 요소가 있다. 바로 돈 문제다. 2009년 6월 SK에 입단한 글로버는 맹활약을 펼쳤다. SK는 8월에 김광현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그때 위기를 타개한 투수가 9승을 올린 글로버였다. 당시 SK 가토 투수코치에게 "좋은 투수가 용병시장에 남아 있어서 다행이었네요"라고 했더니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 않아요. 글로버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는데 요구액이 비싸서 데려올 수 없었어요. 그 부분이 해결되서 데려올 수 있게 됐지요."
앞으로도 계속될 용병 쟁탈전. 세이부는 올해부터 선수 시절에 야쿠르트와 삼성에서 투수로 활약한 호지스씨를 미국주재 스카우트로 기용했다. 그의 다양한 인맥이 용병 탐색에 크게 작용할 것임을 노린 인사다.
'용병은 복권과도 같아서 결과를 예측할 수가 없는 것이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올해 복권에 당첨되는 팀은 얼마나 나올까.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