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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연봉기부 '이제는 말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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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위임, 하룻 만에 연봉 전액 기부 방침 발표.

지난달 19일 첫 만남부터 20일 입단식까지 펼쳐진 박찬호(39)의 한화 입단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특히 박찬호가 연봉 전액을 아마추어 야구발전을 위한 기금으로 쾌척한다는 입단조건은 유례없는 것으로 커다란 화제와 귀감이 됐다.

국내 스포츠계를 뒤흔들었던 박찬호의 연봉 기부 시나리오는 급조된 깜짝쇼가 아니었다. 진작부터 주도면밀하게 준비된 최상의 기획 작품이었다.

한화 구단이 "이제는 말 할 수 있다"며 박찬호의 연봉 기부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박찬호가 연봉을 기부하는 조건으로 입단한다는 구상은 지난 10월에 이미 세워졌다.

지난 10월 16일 한화 노재덕 단장은 마무리 캠프가 차려진 일본 미야자키에서 박찬호(당시 오릭스 소속)를 면담하고 한화로 복귀할 의지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후 '박찬호 특별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고, 박찬호를 어떤 형태로 입단시킬 것인지 고민했다.

고민은 길게 가지 않았다. '아이디어맨' 노 단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 단장은 지난해 5월 한화 단장으로 부임하기 전 한화케미칼 기획실을 거쳐 서산테크노밸리 기획마케팅 총괄 업무를 맡는 등 한화그룹 내에서 '기획통'으로 통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사업 계획을 만들어 내고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는 '달인'인 것이다. 노 단장은 박찬호와의 면담 등 여러 루트를 통해 정보를 수집한 결과 박찬호가 돈에 연연하지도, 돈 때문에 컴백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간파했다.

즉시 전력감이 될지 안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연고지 팀이라는 이유로 박찬호 영입을 선언한 상황에서 이왕이면 그럴 듯한 명분이 필요했다. 한화 구단도 박찬호도 살릴 수 있는 명분말이다.

그것이 바로 사회환원이었다. 사원들끼리 연간 의무 할당시간을 정해놓고 시즌 중에도 사회봉사 활동에 나서는 한화그룹의 사풍과도 어울렸다.

지난 11월 2일 '박찬호 특별법'이 처음으로 공식 논의됐던 KBO(한국야구위원회) 실행위원회를 마친 뒤 노 단장은 "박찬호의 연봉에 대해 말이 많은데 얼마를 주든 무슨 말이 나오지 않겠나.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라 대승적인 결단이 나올 수 있다"고 연봉 기부를 시사하기도 했다.

결국 한화는 특별법이 KBO 이사회에서 통과되자(12월 13일) 박찬호에게 이같은 구상을 사전에 전달했다. 정승진 사장이 이사회 통과 이틀 뒤 박찬호로부터 감사 전화를 받았을 때 구단의 방침을 전하고 공감을 얻어낸 것이다. 박찬호가 입단 기자회견에서 "정 사장님의 권유도 있었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한화 구단은 박찬호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마지막 관문이 있었다. 12월 19일 첫 상견례였다.

노 단장은 "사실 여러가지 연봉 협상 카드를 가지고 면담에 임했다"고 말했다. 박찬호가 연봉의 일부 금액 기부를 원할지, 일단 연봉을 받은 뒤 기부는 알아서 하겠다고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한데 기대하지도 않았던 "구단에 모든 걸 맡기겠다"는 백지위임 선언이 박찬호의 입에서 나오자 노 단장은 그제서야 속으로 쾌재를 불렀단다.

박찬호의 연봉 전액 기부 시나리오는 그렇게 완성됐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