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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먼저!' NC 김경문 감독의 창원팬 끌어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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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부터 '팬들을 위한 야구'가 화두였다.

11일 마산종합운동장. NC 선수단의 새해 첫 훈련이 한창인 가운데 곳곳에서 선수가 아닌 일반인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야수들 훈련을 위해 간이 그물망을 쳐놓은 보조경기장과 달리 주경기장 트랙은 접근에 제한이 없었다.

마산구장은 2012시즌을 대비해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결국 NC는 18일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대비 훈련 장소로 마산종합운동장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산보 나온 창원시민들은 그렇게 훈련중인 선수들 옆을 아무렇지 않은 듯 걸어다녔다.

▶"내 30년 롯데팬 했는데, 인자 NC 응원할랍니다."

한 50대 남성팬이 취재진과 대화중인 김경문 감독에게 불쑥 손을 내밀었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악수를 요청했다. 김 감독은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팬과 한동안 대화를 나눈 그는 "처음엔 이렇게 인사하시는 게 적응이 안됐다. 중학교 동창인가 싶어 한동안 머뭇거리기도 했다"며 웃었다.

창원 시민들의 야구에 대한 사랑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1년에 6경기 정도가 마산구장에서 열렸지만, 이날은 지역주민들의 축제와도 같았다. 경기수가 적은 탓에 승패에 따라 팬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승리한 날은 지역이 축제 분위기였고, 지는 날엔 감독과 선수들에게 과격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많았다.

김 감독은 지난 7일 마산구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고층아파트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구단에서 잡은 집을 보자 김 감독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야구장은 물론, 날씨가 좋을 땐 산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고. 경치 뿐만 아니라 아파트 주민들의 관심도 놀라웠다.

이사날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한 중년여성은 "이사왔습니꺼? 야구감독이랑 참 많이 닮았네예"라고 하자 김 감독은 "네, 많이 닮았죠"라며 웃으며 넘어가려 했다. 그때 옆에 있던 60대 여성이 "아이고, 야구감독 맞네"라고 해 엘리베이터가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한창 짐을 나르고 있을 땐 한 남성이 "옆집에 사는데 경치 좀 보러왔소"라며 불쑥 들어왔다. 그는 집을 둘러보다 김 감독과 눈이 마주치고는 "이기 누굽니꺼. 감독이 이사를 오셨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김 감독은 "지역 주민들께서 스스럼없이 다가오셔서 너무 좋다"며 "적응이 되서인지 이젠 나도 자연스럽다. 야구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김경문표' 팬들을 위한 야구. 그 시작은 사인?

김 감독은 시무식 때부터 '팬들을 위한 야구'를 강조했다. 그는 선수단에게 "팬들을 소중하게 생각해라. 팬이 없는 팀은 앙꼬 없는 찐빵과도 같다. 팬의 사랑을 받으면서 야구를 해야 야구가 더 재밌다"고 당부했다.

이색적으로 '사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어린이부터 젊은 여성팬, 중년팬들까지 가리지말고, 팬들이 사인을 원할 때 언제 어디서든 사인을 해줄 수 있는 준비를 해라. 사인도 그냥 하지 말고, 좋은 사인을 만들어서 성의있게 해라"고 말했다.

이날 그는 선수들 앞에서 솔선수범하는 모습도 보였다. 훈련을 지켜보던 김 감독이 지나가자 20대 여성팬들이 조심스레 사인을 부탁했다. 김 감독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정성스레 사인을 해줬다. 팬들이 추가로 친구들의 사인까지 부탁하자 "남자친구 줄려고?"라며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기도 했다.

김 감독은 "이렇게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이 야구장에 친구나 애인, 가족을 함께 데려오면서 관중이 2배, 4배 늘어나는 것"이라며 "우리에게 사인 한장은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팬들에게는 그 의미가 크다. 사인을 받기 위해 3~4시간씩 기다리는 팬들도 많다. 특히 어린이팬들은 그 기억이 평생 지속된다"고 했다. 또한 야구에 목말라 있는 창원팬을 NC의 품에 안기 위해서는 이러한 친근감 전략이 필수라는 생각이었다. 김 감독은 14일에는 신세계백화점 마산점에서 전준호 코치, 나성범과 함께 대대적인 팬사인회에 나선다.

시원시원한 경상도 팬들의 바람을 아는 것일까. 김 감독은 점수가 많이 나야 야구장을 찾는 팬들이 즐겁지 않겠냐는 소신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팬들 입장에서는 시원하게 점수가 나는 경기를 좋아하시는 것 같다"며 "나 역시도 1점차 경기는 정말 괴롭다. 7,8,9회가 너무 길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