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어요.' '활주로를 왔다갔다 하고 있어요.'
11일 낮이었다. 포항 선수들과 팀 스태프들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글이 올라왔다. 이상했다. 원래대로라면 이들은 인도네시아로 향하는 하늘 위에 있어야했다. 비행기 안에서 통신기기 사용은 법으로 금지하고 있어 글이 올라올 수 없었다.
속사정은 이랬다. 당초 포항은 11일 아침 10시 30분 G사의 비행기를 타고 인도네시아로 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출반 2시간 30분전 비행기 출발이 연기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규모 7.3의 강진 탓이었다. 연기된 시간은 오후 2시였다. 인천공항에서 멀지 않은 인천 송도의 한 호텔에서 체크아웃하려던 포항 선수단은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오전 11시 포항 선수단은 인천공항에 모였다. 수속을 마치고 짐을 부쳤다. 신광훈 등 병역 미필 선수들은 병역 신고도 했다. 세관 신고도 마쳤다. 떠나기 전 한군데 모여 파이팅을 외치는 사진도 찍었다. 공항 내에서 점심을 해결한 뒤 비행기에 올랐다.
2시가 넘었는데도 비행기는 출발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승무원들은 기내식을 나누어주며 조금 기다려달라고 했다. 1시간이 지나자 비행기는 활주로로 나갔다. 떠오르는가 싶더니 다시 기수를 공항쪽으로 돌렸다. 기체 결함으로 정비를 받은 뒤 출발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승객들은 내리겠다고 아우성댔다. 오후 6시에야 비행기에서 내렸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여행사에 요청해 환불받았다. 새로운 항공편을 찾았다. 이틀뒤인 13일 저녁에 출발하는 D사의 비행기가 있었다. 한사람당 10만원이 더 비쌌지만 어쩔 수 없었다. 부쳤던 짐을 찾고 세관에도 들렀다. 행정적인 절차를 처리하는데만 3시간 이상 걸렸다. 다시 송도의 호텔로 돌아오니 밤 10시가 가까워왔다. 공항에서만 8시간 이상 보낸 선수단은 기진맥진한 채로 방으로 돌아갔다. 포항은 12일과 13일 오전 인천월드컵경기장에서 훈련을 하고 인도네시아로 가기로 결정했다.
공교롭게도 포항은 2년 연속 해외전지훈련 시작이 좋지 않다. 지난해 포항은 해외전지훈련을 아예 포기했다. 당시 포항은 1월초 일본으로 가기로 되어있었다. 하지만 연습경기 상대가 마땅치 않았다. 날씨도 생각보다 추웠다. 여기에 일본 규슈 신모에봉 화산폭발까지 겹쳤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일본행을 포기하고 제주도로 향했다. .
포항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2년 연속 해외전지훈련 시작이 좋지 않다. 하지만 작년에는 정규리그 2위에 오르는 등 해외전지훈련 취소가 오히려 더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번 해프닝 역시 올 시즌 좋은 성적을 위한 액땜으로 생각하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