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뱀 축구. 제주 유나이티드가 2012년 K-리그를 맞이하며 내건 슬로건이다. 슬그머니 움직이다가 한 순간에 먹이를 낚아채는 방울뱀의 모습에서 따왔다. 박경훈 감독은 "올 시즌 뭔가를 보여준다는 생각인데, 과연 어떻게 보여줄까 생각하다가 문득 떠오른 것"이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방울뱀 축구는 올 시즌 제주의 고민을 말해주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을 리그 9위로 마감한 제주의 올 시즌 전망도 그리 밝지는 않다.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졌다. 주축 공격수 김은중이 강원FC로 떠났고, 측면과 중앙을 담당하던 배기종과 김영신은 군에 입대했다. 이들이 빠지면서 공격에 힘이 많이 빠졌다. 아무래도 수비에 무게 중심을 두고 경기를 해야 하는데, 결국 방울뱀 축구는 올 시즌 제주의 경기 스타일이 '선수비 후역습'이라는 것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제주는 2012년 K-리그를 앞두고 서동현과 권순형, 송호영, 정경호 등 꽤 많은 선수들을 수혈했다. 지난 시즌 향수병에 걸려 팀을 떠났던 브라질 용병 공격수 자일도 다시 불러 들였다. A대표팀 수비수 홍정호와 베테랑 풀백 최원권이 버티고 있는 수비진은 큰 변화가 없을 듯 하다. 기존 산토스, 강수일까지 더하면 얼추 베스트11의 그림이 완성되는데, 지난 두 시즌 전력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새로운 선수들이 대거 수혈되면서 그동안 제주가 강점으로 꼽았던 조직력도 쉽게 발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주변의 시선은 우려로 가득 차 있다. K-리그 9개 기업 구단 중 가장 전력이 취약해 보인다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박 감독은 충분히 승부를 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새롭게 보강한 선수들 모두 20대 중반으로 기량이 물이 오를 시점에 서 있는 만큼, 장점만 잘 살려 준다면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계 훈련기간 조직력만 잘 다지면 기존 패스축구에 기인한 방울뱀 축구가 효과적으로 구사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 감독은 "새롭게 보강한 선수들이 팀에 잘 녹아든다면 해볼 만하다. 하지만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중앙 공격을 담당할 외국인 선수 1명과 아시아쿼터 수비수 1명을 보강하면 밑그림은 어느 정도 완성된다"고 내다봤다. "(방울뱀 축구가) 어려워 보일 수도 있지만, 못할 이유도 없다. 거센 겨울 바람을 이겨낸 방울뱀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