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놀러와'의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
9일 방송의 시청률은 7.2%(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 기준)로, 지난 주에 이어 또 다시 동시간대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는 '나는 가수다' 멤버들이 출연했던 지난달 26일 방송에서 잠시 시청률이 오른 이후, 2주 연속 하락한 수치다.
하반기 들어서 KBS2 '안녕하세요'가 상승세를 타며 간혹 1위 자리를 빼앗기도 했지만, '놀러와'는 줄곧 시청률 두자릿수를 고수하며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11월 28일 방송에서 8.0%로 시청률이 뚝 떨어진 후, 한 달 반 가까이 그 자리에 주저앉은 상태다. 그 틈을 타서 '안녕하세요'는 1위 자리 굳히기에 들어갔고, SBS '힐링캠프'도 유력 정치인을 잇따라 출연시키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놀러와'도 부진을 털어내고자 의욕적으로 새 단장에 나섰다. 9일 방송에선 3년 만에 은지원이 복귀했고, 새 코너 '만장일치, 끓어야 산다' '아지트, 기네스 왕'을 선보였다. 골방에 이어 지하라는 공간을 설정해 분위기도 바꿔봤다. 하지만 어느 것도 시청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만장일치, 끓어야 산다'는 게스트들의 답변이 일치하면 냄비의 뚜껑이 날아가는 장치를 통해 긴장을 유발하려 했지만 오히려 토크의 맥락만 끊었고, 질문에 대한 답변 중 최다숫자를 공개하며 토크를 풀어간 '아지트, 기네스 왕'도 답변을 한 익명의 게스트를 찾아내는 재미를 전혀 주지 못했다.
포맷의 변화에도 '놀러와'가 주목받지 못한 건, 부진의 진짜 문제가 포맷이 아닌 기획과 토크의 방식에 있기 때문이다. '놀러와'는 최근, 자신들의 차별화되는 강점인 기획에서 빛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10년엔 '세시봉 특집'으로 문화계 전반에 '세시봉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그보다 더 전엔 타사 프로그램인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끌어들여 그 의미를 재조명하는 '러브레터 특집'을 방송하는 등 탁월한 기획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엔 억지로 짜맞춘 듯한 기획으로 실망을 사고 있다. 9일 방송만 해도 '도련님 납시오'란 타이틀로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낸 스타들을 섭외했지만, 그들 사이의 연결고리나 공통된 주제가 약하다 보니 토크가 한곳으로 응집되지 못하고 산발적으로 흘러가고 말았다. 박용우가 개인사의 아픔을 고백했음에도 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는 이어지지 못했다.
최근에 선보인 89학번 스페셜, 위대한 멘토2 스페셜, 90년대 섹시스타 스페셜, 연예계 여장부 스페셜 등도 시의성이 떨어지긴 마찬가지였다. 기획이 약하다 보니 게스트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토크의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잃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매번 참신한 기획을 내놓는다는 쉽지 않은 일이다. '놀러와'에 대한 우려가 다소 지나친 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8년간 월요일 대표 예능 프로그램으로 사랑 받아온 걸 고려해 보면, 이번 침체는 너무나 뜻밖이다. 부진을 털고 일어나기 위한 현명한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