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을 할 때는 좋다. 하지만 챔피언이 된 후 선수들의 요구를 다 맞추려고 하다 보면 인건비가 오르게 마련이다. 선수들은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에 한껏 연봉 인상을 요구한다. 그런데 수입구조가 빤한 K-리그에서 인건비 상승은 구단이 팀을 운영하는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걸 두고 '우승 후유증'이라고 한다. 2007년 챔피언 포항 스틸러스가 그랬고, 2008년 K-리그 우승 수원 삼성도 몸살을 앓았다. 당시 차범근 수원 감독은 우승 사령탑이면서도 자진해서 연봉을 줄이는 모습을 보였다.
2011년 '닥공(닥치고 공격)' 열풍으로 K-리그 정상에 올랐던 전북도 예외일 수 없다. 선수 에이전트들에 따르면 전북의 주전급 선수들은 자신의 팀 공헌도와 다른 팀의 같은 포지션 선수 연봉을 잣대로 연봉 인상을 요구한다. 전북의 베스트11 선수들이 지난 시즌 보여준 놀라운 경기력은 연봉 인상 요인이 된다. 실제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이동국은 지난해말 재계약을 하면서 연봉 12억원(추정)에 사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 연봉 최대 7~8억원(추정)에서 최소 4억원, 최대 5억원이 오른 셈이다.
전북의 다른 주전 선수들도 연봉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 이동국 보다 객관적인 공격포인트가 떨어지지만 우승하는데 기여했다. 선수들은 처음엔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는다. 대리인이 다소 무리한 인상안을 들고 구단 사무실에 온다. 대개 연봉 협상은 지루하게 이어진다. 자칫 감정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다. 결국 조금씩 양보해 합의점을 찾게 되는데 협상하다 지칠 때가 많다. 선수 측도 처음부터 받지도 못할 무리한 액수를 요구하는 자세는 잘못이다.
전북도 올려 줄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전북은 올해 다시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2관왕에 도전한다. 그러기 위해 주전급 선수의 이탈을 막았다. 당연히 선수들의 연봉을 인상해주면 인건비는 오를 수밖에 없다.
전북은 단호한 선택이 필요하다. 좋은 성적을 위해 투자를 하든지 아니면 인건비 부담이 큰 주전 선수들을 내보내면 된다. 전북은 최근 K-리그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한 명인 김정우와 J-리거 출신 수비수 이강진을 영입했다. 한 포지션에 두 명씩 세울 수 있는 '더블 스쿼드'를 꾸렸다. 전북에는 다른 구단들이 탐낼만한 선수가 많다. 다른 구단에 가면 바로 선발 투입될 정도의 선수가 어쩔 수 없이 후보 명단에 올라 있다. 그런 선수 3~4명을 팔면 수 십억원을 벌 수 있다.
전북은 수원 삼성과 FC서울에 맞먹는 명문 구단을 꿈꾼다. 우승 후유증도 슬기롭게 극복해야 진정한 리딩 클럽이 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